'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어차피 우승은 SK텔레콤' 등 LOL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SK텔레콤이 흔들리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등 탁월한 딜러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리그를 호령해왔던 SK텔레콤 특유의 색깔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기는 경우는 뒤집히고, 끌려가는 경기는 힘없이 무너지는 지금 상황은 정말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4연패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김정균 감독 체제로 새롭게 시즌에 돌입한 SK텔레콤이 흔들리고 있다. 개막전 승리 이후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신인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를 선발 출전 시켰고, '울프' 이재완을 정글로 기용하면서 팀 개막전을 승리했다. 그러나 이후 3경기를 연달아 패하면서 창단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인 9위에 위치해 있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도 SK텔레콤이라는 팀의 위치를 생각하면 충격적이다.
2014년 롤드컵 진출 좌절 이후 SK텔레콤은 대체로 큰 변화 없이 기조를 유지해왔다. 발 빠르게 SK텔레콤 K와 SK텔레콤 S를 합치면서 2015시즌 T1을 만들었다. 2015시즌 SK텔레콤은 장경환-임재현-배성웅-이상혁-이지훈-배준식-이재완 등 7인 로스터로 팀을 이끌면서 그 해 롤챔스 2회 우승, MSI 준우승, 롤드컵 우승 등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해가 바뀌고 2016시즌 장경환과 임재현 이지훈이 팀을 떠났지만 그 빈자리를 이호성 강선구가 채우면서 팀을 운영했다. 롤챔스 1회 우승, MSI와 롤드컵 우승 등 2015년 못지 않은 성적으로 모두를 열광시켰다.
2017시즌 이호성과 배성웅이 빠졌지만 허승훈 한왕호가 탑과 정글을 채웠다. 롤드컵 우승은 놓쳤지만 롤챔스 1회 우승과 MSI 우승, 롤드컵 준우승 등 LOL 명가 SK텔레콤의 이름값에 걸맞는 성적을 남겼다.
지난 3년간을 돌이켜보면 팀의 중추였던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등 딜러진은 2018시즌에도 팀에 소속된 상황이라 시즌 전 SK텔레콤은 4강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다.
도대체 이같은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험이 부족한 신예들을 기용하면서 위기의 순간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과거 신예라고 할 수 있던 임재현 강선구가 기용될 때는 배성웅이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2018시즌 SK텔레콤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냉정하게 현재 전력을 지적했다.
개인기량이 출중하다고 해도 조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트할' 박권혁 '에포트' 이상호 등 신인을 두 명이나 기용하는 건 무리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서머 시즌 신예 3명을 기용한 킹존(전 롱주)의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킹존은 '칸' 김동하가 급하게 라인업에 들어갔지만 '커즈' 문우찬과 '비디디' 곽보성의 경우 서머 시작전 5개월 가량 팀훈련을 함께하면서 전술과 전략을 체득한 상황이었다.
신인들의 경험 부족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트할' 박권혁과 '에포트' 이상호가 선발 출장한 26일 킹존과 경기가 좋은 예다.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의 스플릿 운영에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고,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2세트 바론을 내주면서 경기까지 내주고 말았다. 이전의 SK텔레콤을 생각하면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용병술이 능한 김정균 감독일지라도 지금의 문제가 반복된다면 수습을 제 때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딜러진에 기대고 있지만 버티기가 용이한 8.1패치에서는 조직력이 좋은 팀들이 SK텔레콤을 상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각 팀 감독들의 생각이다.
한 관계자는 "LCK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상황에서 경험없는 신인 두 명을 기용하는 건 SK텔레콤이라도 해도 쉽지 않다. 페이커 뱅으로 지금 상황을 감당하기는 버거워 보인다"면서 "페이커 뱅 두 선수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경기 중에 보인다. 분명 SK텔레콤이 잘한 건 맞지만 지금의 SK텔레콤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과거 SK텔레콤과 붙는 팀들은 모두 SK텔레콤을 부담스러워했다. 아니 정확하게 무서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생각이 달라졌다. SK텔레콤이라는 이름에서 주는 '포스'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지금의 위기를 SK텔레콤이 어떻게 극복해 낼지 궁금해진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