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베트남이 멋지게 싸우며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7일 오후 5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4분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패배했다.
베트남과 우즈벡은 모두 이번 대회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베트남은 카타르를 승부차기 승리, 우즈벡은 한국을 연장전 끝에 4-1로 완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국 우즈벡은 일본과 한국을 완파한 데 이어 베트남마저 잡으며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베트남은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치뤘다. 연장 8강(이라크전)과 4강(카타르전)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통해 올라왔기 때문에 체력적 문제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이날 경기장의 상황. 이날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는 보기 드문 폭설이 내렸다. 경기가 시작하지 못할 정도로 눈이 쌓여 전반 경기 중 잠시 중단하고 운동장을 정비할 정도였다.
전반전이 끝난 후 운동장을 정비하는 데 무려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정도로 이날 날씨는 최악이었다. 베트남의 기후를 생각하면 폭설은 신이 내린 시련과도 같았다. 전반 하얀 유니폼을 입고 시작한 우즈벡이 폭설 때문에 파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 선수들과 박항서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경기 내내 우즈벡의 맹공에 시달렸어도, 선수들은 멈추지 않고 뛰며 기회를 엿봤다.
이러한 정신력때문에 전반 8분 손쉽게 선제골을 내준 베트남은 전반 41분 환상적인 응우옌 쾅 하이의 프리킥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프리킥 자체도 멋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의 정신력이 더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후반부터 우즈벡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몸을 던져가며 최선을 다했다. 체력적 한계는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것 처럼 보였다.
베트남의 투지와 열정은 폭설을 녹이는 것처럼 보였다. 연장 후반 14분 아쉽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우승에 실패한 베트남이지만 이날 보여준 모습은 베트남 국민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패들의 마음 역시 설레게 했다.
베트남과 박항서 감독은 지더라도 멋진 축구 혹은 후회없는 축구를 마음껏 선보이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들에게서 한국 축구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것이다. /mcadoo@osen.co.kr
[사진] AFC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