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만 남았던 전통의 강호 상하이 유베스트. 무려 16시즌 연속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배구 여제' 김연경(30)이 합류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김연경은 만년 약팀 상하이를 한 시즌 만에 바꿨다.
상하이는 27일 중국 상하이 루완 스타디움서 열린 랴오닝과 '2017~2018 중국 여자배구 슈퍼리그' 2라운드 맞대결을 세트 스코어 3-0(25-23, 25-20, 25-22)으로 승리했다. 상하이는 이날 승리로 시즌 최종전 결과와 상관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000~2001시즌 이후 무려 17년만의 왕좌였다.
사실 상하이는 중국 배구 초창기만 해도 강호로 분류됐다. 특히 1996~1997시즌부터 2000~2001시즌까지 무려 5년 연속 왕좌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대적할 팀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이후부터 조금 잠잠했다. 2008~2009시즌부터 2년 연속 준우승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4강 진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직전 시즌만 해도 6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사라 파반과 하벨코바 두 명의 외인을 쓰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5시즌 동안 4위~6위를 맴돌았을 뿐이다.
때문에 김연경에게 기대를 거는 건 당연했다. 김연경은 V-리그 시절부터 일본, 터키로 무대를 옮기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말 그대로 '우승 청부사'의 면모였다.
김연경은 이날 전까지 303득점을 기록하며 팀내 1위에 올라있었다. 리그는 물론 팀 적응 시간을 고려했을 때 고무적인 대목이다. 특히 김연경의 득점은 승부처에서 터져나왔다. 세터 미양은 시즌 내내 고른 분배로 공을 뿌렸지만, 여의치 않을 때 찾는 건 결국 김연경이었다.
상하이는 지난 23일 '디펜딩 챔피언' 장쑤전 승리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당시 김연경은 OSEN과 인터뷰에서 "강팀과 경기라 긴장도 많이 했다. 팀원 모두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거기에 이날 랴오닝전 세트 스코어 3-0 완승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만일 이날 3-0 승리 이외의 경우의 수가 나왔다면 최종전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이날 완승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하이는 정규리그 4위 팀과 4강전을 펼친 뒤, 2~3위가 펼치는 4강 맞대결 승자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변수가 많은 단기전인만큼 정규리그 1위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장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큰 경기 경험에서 뒤지지 않는 김연경이 있기에 전망은 밝다.
배구 여제가 만년 하위팀을 바꿨다. /ing@osen.co.kr
[사진] PP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