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V-리그 남자부의 대표적인 세리머니 담당은 고희진 삼성화재 수석코치였다. 특유의 파이팅으로 무장한 현역 시절 고희진은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고릴라 세리머니'가 트레이드마크였다.
고희진의 은퇴를 전후로 V-리그 남자부 세리머니 간판은 대한항공 진상헌(32)에게 넘어왔다. 양 팔을 벌리며 달리는 '비행기 세리머니'부터 복싱·에어로빅·다이빙·기도 등 다양한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물론 상대팀 팬들에게는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상헌은 "세리머니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다. '왜 그렇게 오버하느냐'고 하신다. 하지만 배구 외적으로도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으로 볼 때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 세리머니만한 게 없다. 우리 팀이 워낙 조용한 편이라 내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의 비판도 개의치 않았다. 진상헌은 "비판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세리머니를 좋아하고, 내가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뒤 "개인적으로 배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영상을 통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하는지 본다. 최근엔 테니스 정현 선수의 세리머니가 인상 깊었다"며 새로운 세리머니를 기대하게 했다.
사실 올 시즌 초반에만 해도 진상헌의 세리머니는 자주 볼 수 없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5라운드 시작부터 기세를 바짝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화재전에서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 2개씩 포함 5득점에 이어 27일 현대캐피탈전에는 올 시즌 개인 최다 12득점을 올렸다. 속공 득점만 10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 대세 센터 신영석과 높이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진상헌은 "초반에 몸이 좋지 않아 경기를 많이 나서지 못했지만 뒤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몸이 늦게 올라온 만큼 이제부터라도 잘해야 한다"며 "지난해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에게 지고 나서 많이 연습했지만 전반기 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었지만 5라운드 출발이 좋다. 1~2위 팀들을 모두 이긴 만큼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상헌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팀에 남았다. 연봉 2억5000만원에 대한항공 잔류를 결정했다. 진상헌은 "처음부터 잔류가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있던 팀이라 애정이 컸고, 팀에서 좋은 대우로 인정해주셔서 남았다"며 "지난해 챔프전 우승을 못한 것도 이유였다. 은퇴하기 전 대한항공에서 꼭 챔프전 우승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