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 ‘메이즈 러너3’, ‘코코’ 등을 제치고 연일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4일째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2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그것만이 내 세상’은 어제(26일) 11만 7062명을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수는 142만 3172명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은 지난해 12월 연말 성수기 스크린을 장악했던 ‘신과 함께-죄와 벌’, ‘1987’에 뒤이은 것이다. ‘신과 함께’는 역대 영화 3위를, ‘1987’도 손익분기점(410만)을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두 영화를 극장에서 볼 사람들은 대부분 관람했기 때문에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이 내 세상’이 손쉽게 극장가 승기를 잡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머니와 이부형제의 가족애를 그린 이 가족 영화가 1월 스크린을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연기파 배우 이병헌과 충무로 블루칩 박정민, 내공 깊은 윤여정이 연기 호흡을 맞춰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잘 나갔던 복서 조하(이병헌 분)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만화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살아가다 우연히 17년 전 헤어진 엄마 인숙(조여정 분)을 재회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하는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분노가 치밀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인숙의 집에 머물게 된다.
불치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인숙은 자립이 어려운 동생 진태(박정민 분)를 형 조하에게 맡기자고 결심한다. 과거 인숙은 알코올중독인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조하를 놓고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다 자신을 극적으로 구해준 한 남자와 결혼해 진태를 낳은 것이다.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진태는 지능이 떨어지지만, 게임과 피아노 연주에서만큼은 수준급이다. 조하는 그런 동생을 피아니스트로 키우려 하고, 교통사고의 상처를 안고 숨어서 살아가는 전직 피아니스트 한가율(한지민 분)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조하-진태 형제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챙기며 가족애를 느낀다는 전개는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적잖은 감동을 안겨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불치병, 교통사고, 이부동생 등이 소재로 쓰여 익숙한 친근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말이다.
주로 블록버스터,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판 큰 배우 이병헌이 편안한 가족극에서 마음을 움직인 연기를 보여줬고 걸출한 선배들에 이어 자폐 캐릭터라는 부담감을 안고도 자신만의 매력을 담은 연기를 펼친 박정민의 노력이 유효했다. 또 ‘이번 연기는 실패’라고 겸손을 떨었던 윤여정의 모성애도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한지민의 특별출연도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
배우들이 캐릭터 소화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진부한 소재를 다룬 영화에 관객들이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극장가에서 1월은 비수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성수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인데 ‘그것만이 내 세상’이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으로 2018년 새해 극장가를 열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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