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색하네요".
한화 외야수 정현석(34)은 지난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고, 근성 있는 선수로 내부 평가가 좋았다. 미래의 지도자감으로 그를 주목했던 한화는 육성군 타격코치직을 제안했다. 11년간 선수로 몸담은 한화에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대전고-경희대 출신으로 지난 2007년 육성선수로 고향팀 한화에 입단한 정현석은 지난해까지 1군 통산 378경기 타율 2할6푼2리 225안타 12홈런 71타점 110득점을 기록했다. 2013년 주전 외야수로 121경기 타율 2할8푼7리 102안타 4홈런 27타점으로 활약했고, 2015년에는 위암을 딛고 돌아와 43경기 타율 3할1푼 12타점으로 야구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아직 '코치' 직함이 어색하다며 웃음을 지어보인 정현석이지만 선수 때보다 멋진 지도자 인생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내달 일본 고치에서 시작되는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통해 코치로 첫 발을 내딛게 될 정현석 코치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코치로 새출발하지만 선수 은퇴를 결정하긴 쉽지 않았을 듯하다.
▲ 처음에 고민을 했지만 좋은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선수할 때보다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지금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때라고 봤다. 주변에서도 축하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너무 빨리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오히려 일찍 하는 게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라고 본다.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는가.
▲ 미련은 없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선수 생활 내내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오히려 성적이 더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열심히 한 것에 비해 결과가 조금 아쉽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에 미련은 남지 않는다. 밑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올라가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 2007년 육성선수로 어렵게 프로에 들어왔다.
▲ 우여곡절이 많았다. 고교 졸업 후 프로·대학 갈림길에서 대학을 선택했지만 부상을 당하며 고생했다. 투수를 하다 야수로 바꾸기도 했다. 프로도 어렵게 들어갔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1군에서도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래프로 보면 오르내림이 많았다.
- 선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 2015년 (위암을 딛고) 복귀했을 때다. 병에 걸리면서 운동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한 번은 그라운드에 뛰고 싶었다. 다행히 복귀 후 결과도 좋았다. 처음으로 만루 홈런도 쳐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했다. 다음해 발등이 부러졌고, 팬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지 못한 건 아쉽다. 그것도 내 운이라고 생각한다.
- 이제는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연다.
▲ 코치로서 책임감이 크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선수가 믿고 신뢰하며 마음을 열 수 있는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그 다음이 기술적인 지도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팀이 육성 기조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구단도 그만큼 믿고 코치직을 맡겨주셨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 팀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 못지않게 있다.
- 선수에 이어 코치까지 한화에서 시작한다. 한화란 어떤 의미인가.
▲ 한화에는 골수팬이 많다. 내겐 한화가 골수팀이다. 세상 하나밖에 없는 그런 팀이다. 선수들, 지도자들, 프런트들과 관계도 끈끈하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선수를 하면서는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코치로 계속 한화와 함께한다. 선수 때 이루지 못한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
- 구체적인 보직은 타격코치다. 어떤 식으로 지도할 것인가.
▲ 난 일류 스타들처럼 화려한 성적을 내진 못했다. 그래도 선수 생활 동안 여러 시도를 해봤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여러 가지를 경험한 것이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타격에 대한 기본 이론은 정립됐지만 어떻게 선수들에게 주입시킬지가 중요하다. 선수 각자 특성에 맞처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지도는 없을 것이다.
- 선수 때 악바리 유형이었다. 지도 훈련량을 많이 가져갈 것인가.
▲ 육성군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아무래도 1군 선수들보다는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휴식도 하나의 훈련이다. 쉴 때는 확실히 쉬어줘야 한다. 훈련량의 많고 적음을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보다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훈련하는지가 중요하다. 힘들어도 왜 인내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1~2군을 오가면서 봤지만 우리 팀에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다. 얼마나 절실하게, 자기 목표를 갖고 있느냐 차이다.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싶다.
- 지도자로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나.
▲ 선배 코치님들이 '지도자가 되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처음 시작하는 만큼 선배 코치님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 최근에는 야구 규칙과 역사부터 코칭에 관한 책들을 두루 보고 있다. 미국·일본 선수들의 영상도 보면서 여러 스타일을 공부 중이다. 선수 때는 팀과 나, 팬들을 생각했지만 이젠 다른 선수들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나로 인해 선수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 프랜차이즈 코치로서 한화 팬들의 기대도 크다.
▲ 내가 한 것에 비해 팬들에게 몇 배 이상 사랑을 받았다. 더 많은 뿌듯함을 드리고 싶었는데 선수로는 일찍 끝난 것 같아 속상하고 죄송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이젠 코치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