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없는 FA, 이성열·나주환처럼 '좌절 금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1.27 07: 12

FA 계약의 메리트 중 하나는 바로 계약금이다. 연봉과 달리 한 번에 거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모든 선수들이 FA 권리를 행사할 때 거액의 계약금을 희망한다. 
그러나 지난 26일 kt와 재계약한 외야수 이대형(35)에겐 이런 계약금 특수가 없었다. kt는 이날 이대형과 2년 총액 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없이 2017~2018년 각각 연봉 2억원씩 받는다. kt가 FA 이적시 이대형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지만, 어느 팀의 부름도 받지 못한 결과였다. 
이대형은 지난 2014년 첫 번째 FA으로 KIA와 4년 총액 24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계약금만 10억원. 두 번째 FA 계약에 계약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이대형으로선 큰 좌절감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곳, 헐값 계약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극제로 삼아 보란 듯 반등한 선수들도 있었다. 

역대 통산 도루 1위(550개)에 빛나는 전준호가 그랬다. 2006년 현대 소속 전준호는 FA 계약 마감시한이었던 1월31일에야 뒤늦게 도장을 찍었다. 계약금없이 1년 2억8000만원 조건. 당시 37세 적잖은 나이로 FA 효과를 누리지 못했지만 그해 109경기 타율 2할8푼7리 87안타 20도루로 전년도 기록보다 모든 면에서 상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현대는 2007년에도 투수 김수경과 1년 5억원 FA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을 넣지 않았다. 연봉 4억원, 옵션 1억원 조건. 기대이하 제시에 1월15일 FA 마감시한에 계약한 김수경은 이를 악물었다. 그해 30경기에서 176⅓이닝을 던지며 12승7패 평균자책점 3.88로 활약했다. 3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자존심을 찾았다. 
한화 이성열도 지난 2015년 2년 총액 5억원에 넥센과 FA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금이 없었다. 2년간 연봉 2억5000만원씩을 받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계약 첫 해였던 2015년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되며 넥센을 떠났지만 반등의 계기로 삼았다. 지난해 부상으로 81경기만 출장했지만, 타율 3할7리 86안타 21홈런 65타점 OPS .960으로 폭발력을 뽐냈다. 
같은 해 FA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 SK 나주환도 반전 드라마를 썼다. SK와 1+1년 총액 5억5000만원에 계약한 나주환은 계약금 없이 연봉 총액 4억5000만원, 옵션 총액 1억원에 사인했다. 2015~2016년 96경기·24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지난해 122경기 타율 2할9푼1리 122안타 19홈런 65타점 OPS .818로 부활했다. 올해 연봉은 3억원, 전년 대비 두 배가 뛰며 보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06년 두산과 1년 연봉 1억원에 FA 계약한 뒤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김창희도 114경기 타율 2할2푼1리 68안타 8홈런 38타점에 안정된 외야 수비로 삼성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2008년 연봉 8000만원에 KIA와 FA 재계약한 이재주도 87경기 타율 2할7푼6리 72안타 12홈런 58타점을 올렸다. 그해 KIA 팀 내 최다 홈런으로 분투했다. /waw@osen.co.kr
[사진] 이대형-이성열-나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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