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4강에서 기권을 선언했던 정현(세계랭킹 58위, 한국체대)이 자신의 오른발 상태를 공개했다.
정현은 26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발 부상 정도를 공개했다. 실제 사진을 보면 정현이 얼마나 큰 통증을 갖고 있었는지 가늠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정현은 영문과 한글을 통해 "오늘 저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를 포기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라며 "많은 팬분들 앞에서, 훌륭한 선수 앞에서 내가 100%을 보여주지 못 하는건 선수로서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며칠 뒤에 있을 결승전에 로저 페더러 선수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며 오는 28일 펼쳐질 마린 칠리치(6위,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에서 자신의 우상인 로저 페더러(2위, 스위스)가 이기길 진심으로 빌었다.
정현은 이날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4강전서 페더러에게 기권패 했다. 1세트를 1-6으로 내준 정현은 2세트 2-5 상황에서 심판에게 경기 기권 의사를 밝혔다. 기권 이유는 예상대로 물집 때문이었다. 정현은 경기 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 붕대를 다시 감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 오른발은 물집이 심해 이미 손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진통제를 맞았다"면서 "그나마 상태가 나았던 왼발은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다. 경기 중에는 왼발 물집 치료를 위해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를 치렀다. 미샤 즈베레프(32위, 독일), 다닐 메드베데프(53위, 러시아),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 독일), 노박 조코비치(14위, 크로아티아), 테니스 샌드그렌(97위, 미국)를 잇따라 물리쳤다.
이어 정현은 "기권을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팬들 앞에서 페더러와 같은 대단한 선수와 제대로 뛰지 못할 바에는 기권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이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은 톱10급 평가에 대해 "스스로 판단은 금물이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이제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며 호주오픈 4강 성적에도 담담해 하며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기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많은 주니어 선수들과 프로 선수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더러는 경기 직후 가진 온코트 인터뷰에서 "그의 움직임이 2세트 들어 둔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물집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나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아픈지 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안다. 결승에 올라 정말 행복하지만 이렇게 오르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정현 인스타그램 캡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