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진 '흑기사'가 중반부를 넘어서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남녀 주인공 스토리가 묻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2 '흑기사'에서는 끝내 질투심과 욕심을 버리지 못한 샤론(서지혜 분)이 차갑게 외면하는 문수호(김래원 분)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내용이 전개됐다. 감춰둔 은장도를 꺼내 가슴에 꽂는 충격적인 엔딩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흑기사'의 핵심 줄거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다. 여기서 사랑하는 여자는 정해라(신세경 분), 순정파 남자는 문수호다. 그러나 수호와 해라는 과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이후로는 큰 갈등과 흥미를 끌 만한 사건 등이 부족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수호는 모자란 점이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백마 탄 왕자나 다름없고, 해라는 흙수저 인생의 여행사 직원이다. 그렇다고 남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아주 새로운 인물도 아니다.
김래원과 신세경, 두 배우가 최선을 다해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현생의 설정 자체가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이기에 배우의 연기만으론 '하드캐리'하는 건 역부족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호를 향해 사랑을 갈구하고, 전생에 죄를 지어 불로불사의 저주를 받은 샤론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샤론은 변장의 귀재에다 아름다운 미모, 옷을 만드는 특출난 재능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전생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이를 잊지 못해 현생에서도 갈구하는 사연 많은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진지한 듯 보이다가, 중간 중간에 코믹한 설정도 더해져 웃음도 유발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최근 샤론의 집착이 도를 넘어서자 보기 불편하다는 평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샤론이 제일 돋보이면 안 된다'라는 법은 없지만, 샤론의 존재감이 '흑기사'의 메인 스토리까지 집어삼킨 모양새가 됐다. 운명적으로 얽힌 수호와 해라가 아닌 샤론의 질투, 복수심 등이 훨씬 흥미로운 것.
서지혜는 데뷔 이후 최고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지만, 샤론의 캐릭터가 워낙 사연이 많고 강렬한 나머지, 가장 주목받아야 할 주인공 김래원과 신세경의 스토리는 다소 밋밋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흑기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