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오랜 목표 중 하나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이다. 과거 2년 연속 부산 광안리 백사장을 가득 메웠던 10만 관중 신화도 e스포츠가 스포츠와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2016년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한 숫자는 무려 2억 8500만 명 이상이다. e스포츠 관중 중에는 가장 확보하기 힘든 것으로 여겨지는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2000년대 이후 출생자)의 비중이 미국 4대 스포츠보다 2~3배 가량 높다. 여기서 블리자드의 도전도 시작됐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시작 단계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정통 스포츠 시장에 리그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로 '오버워치 리그'다. '오버워치 리그'는 2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입비와 함께 e스포츠로는 최초로 글로벌 지역연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 연고제'를 3년 안에 시행하겠다는 네이트 낸저 커미셔너의 자신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미국 현지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오버워치 리그는 첫 주차에서 누적 시청자 숫자 1000만명을 넘어섰고, 둘째 주에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지역별 대회 '컨텐더스'다. 오버워치 리그에서 지역별 '컨텐더스'는 바로 에코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 스포츠가 없는 e스포츠의 특성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도 봐도 무방하다.
정통 스포츠에서 1부리그로 실력파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계약 기간이 끝난 FA 선수를 데리고 오거나 다른 팀과의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이 있다. 다른 방법은 학원스포츠에서 뛰던 선수들을 드래프트하는 방법이다. 드래프트 순위가 높은 경우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만 2군이나 3군 등 팜시스템을 통해 육성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같은 해외 리그 진출을 할 경우 포스팅이라는 입찰을 통해 해외 팀들의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이 쇼헤이같은 경우는 선수가 팀을 선택해서 가기도 했다.
그러나 정통 스포츠를 표방하는 오버워치 리그의 선수 수급 방식은 무리수 투성이다. 우선 소속에 상관없이 오버워치 리그팀들이 하부 리그 선수에 대한 소유권을 돈을 통해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게 했다. 남은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영입 선수 연봉의 25%를 원소속팀 넘겨주면 영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컨텐더스에 뛰는 팀들은 오버워치 리그 팀들의 2군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팀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1개월 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들어가는 팀들의 운영비를 책임지거나 지원하는 구조도 아닌 상황에서 대회 참가를 위한 강제 규약으로 묶은 건 블리자드의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근간이 약한 리그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블리자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