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가 종영한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에도 여러 부족한 점들을 채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 마지막 회에서는 김민규(유승호 분)와 조지아(채수빈 분)가 사랑의 키스를 나누며 해피엔딩을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민규는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인간 알러지 환자이지만 충분히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인간 알러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신의 병을 낫게한 건 AI 아지3 덕분이며, 이를 개발한 홍백균(엄기준 부)과 산타마리아팀의 로봇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해 주가가 폭등했다.
황유철(강기영 분)은 오랫동안 갈등을 빚던 김민규에게 사과했고, 황유철과 예리엘(황승언 분) 덕분에 김민규는 의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파이(박세완 분)는 홍백균과 연애를 시작했고, 혹탈(송재룡 분)과 조지아의 친구 선혜(이민지 분)도 사랑을 이뤘다. 황유철과 예리엘도 연인이 됐다. 조지아의 오빠 조진배(서동원 분)는 김민규를 의장이 아닌 동생의 남자친구로 받아들였다.
2년 후 홍백균은 AI 로봇을 개발하며 복귀했고, 조지아도 하트볼 창업에 성공했다. 인간 알러지로 군 면제를 받았던 김민규는 그 사이 군대를 다녀와 제대날을 맞았다. 김민규와 조지아는 키스를 나누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로봇이 아니야’는 로봇인 척 했던 조지아와 인간 알러지를 가지고 있던 김민규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가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승호의 첫 로맨틱 코미디, ‘그녀는 예뻤다’ ‘W’의 정대윤 PD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받았던 기대감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따뜻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건 좋았지만, 이는 반대로 너무 심심하다는 인상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일상적인 공감 혹은 사랑에 대한 고찰을 안겨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부족했고, 드라마의 가장 큰 긴장 요소인 ‘조지아가 로봇이 아닌 것’ 자체가 힘이 부족한 한 방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폭넓은 시청층을 형성할 수 없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로맨스가 주는 긴장감 둘 중 하나라도 충족했다면 스토리에 좀 더 힘이 생겼겠지만, 인간알러지나 AI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소재를 다루는 바람에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셈이 됐다. ‘로봇이 아니야’가 따뜻했지만 시청자를 이끄는 힘이 부족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 회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모든 캐릭터에게 해피엔딩을 나눠주느라 마담X가 누군지 등은 제대로 나오지 못한 채 끝이 나고 말았다. 군입대 장면으로 시작한 ‘로봇이 아니야’로서는 김민규의 제대 장면이 나름의 수미쌍관을 이룬다고 생각했겠지만, 떡밥이 채 풀리지 않은 채 등장한 김민규의 제대는 뜬금없기 그지없었다.
유승호, 채수빈, 엄기준 등 배우들의 열연은 충분했다. 유승호는 이번 작품으로 로코 남주로서의 가능성을 열었고, 채수빈은 톡톡 튀는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며 그만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으며, 평소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았던 엄기준도 새로운 변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도 드라마의 여러 아쉬운 면을 모두 채울 순 없었다. 꽉 찬 해피엔딩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2% 부족하게 느껴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로봇이 아니야’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