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세계랭킹 58위, 한국체대)이 과연 10년 넘게 이어져 온 그랜드슬램의 '빅4' 시대를 종결시킬 수 있을까.
정현은 26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 스위스)를 상대로 결승진출을 타진한다.
그동안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4개 메이저 대회를 일컫는 그랜드슬램은 사실상 페더러를 비롯해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레이(영국)로 상징되는 '빅4'들의 잔치상이었다. 2003년 윔블던 대회 이후 대부분 이들 4명 중 한 명이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호주오픈도 마찬가지. 지난 2004년 페더러 우승 이후 마라트 사핀(러시아)이 우승했던 2005년 대회 이후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돌아가며 정상을 차지했다.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6번씩, 나달이 한 번 우승트로피를 품었다.
특히 호주오픈 결승전에 빅4가 등장하지 않은 경우는 지난 2005년뿐이다. 당시 사핀은 준결승에서 페더러를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레이튼 휴이트(호주)마저 눌렀다.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스위스)가 우승한 2014년 결승에는 나달이 그 상대였다.
결국 정현이 페더러를 누르게 되면 호주오픈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빅4 없이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전날 열린 4강전에서 마린 칠리치(6위, 크로아티아)가 카일 에드문드(49위, 영국)를 꺾고 먼저 결승전에 진출해 있는 상태라 정현과 칠리치의 결승전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나달은 칠리치와의 8강전에서 기권패했다. 오른 다리 부상으로 경기 중 포기, 3주 진단을 받고 대회장을 떠났다. 앤디 머레이는 아예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엉덩이 부상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16강전에서 정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빅4 시대의 종식이 정현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그래서 페더러의 존재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페더러는 호주오픈 통산 7번째 우승과 통산 20번째 메이저 우승을 한꺼번에 노리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켰으며 빅4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조코비치, 나달 사이에서 잠시 내리막을 걸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부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단 한 세트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
이제 정현이 페더러와 벌일 4강전이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될 수 있을지, 정현이 페더러를 누르고 빅4 시대 종식을 알리는 스타트를 끊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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