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는 낚시를 해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방송을 보고 있으면 힘든 예능이라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새벽부터 바다로 나가 낚시하고 저녁이 돼서야 끝난다. ‘물때’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은 '서베리아'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모진 한파 속에 머물고 있다. 바다낚시가 고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보통 예능은 하루 또는 이틀 정도면 촬영이 끝나지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 같은 경우는 입질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림’이 기본이라 촬영 기간이 며칠은 기본이다.
그것도 육지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서 낚시를 하기 때문에 온종일 배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다반사다. ‘도시어부’의 장시원 PD는 프로그램 촬영 시작하고 8kg이 빠졌다고.
- 보통 예능보다 촬영 강도가 강한 것 같다.
▲ 프로그램하면서 8kg이 빠졌다. 방송으로는 편집해서 촬영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바다에서만 10시간 또는 12시간 정도 촬영을 한다. 저녁에 밥 먹는 시간까지 있어서 보통 하루에 17시간 촬영하는 것 같다. 보통 고기가 나오는 시간이 해 뜰 때와 해가 질 때다. 새벽에 나가서 촬영이 10시에 끝나니까 정리하고 다음 날 촬영 준비하면 4시간 잘 때도 있고 그렇다.
이번에 추자도를 갔는데 너무 힘들고 추웠다. 이덕화가 낚시하러 추자도를 자주 가는데 눈 오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주민들 얘기 들어보니 추자도에 몇십 년 만에 눈이 왔다고 했다. 하필 촬영하는 날에 눈이 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적이 시작됐는데 재미있었다.
- ‘도시어부’가 요즘 ‘핫’한데 주변 반응은 어떤지?
▲ 시청률이란 무엇인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PD 생활을 십 년 넘게 했지만 시청률이 양날의 검이다. 잘 나오면 좋지만 떨어질 때도 있다. 시청률이 오르는 게 마음이 기쁘지만 제작진에게 부담 될까 봐 걱정이다. 시청률에 대해 얘기하는 게 부담스럽다. 아무리 잘 만든 프로그램도 물때가 맞아야 하는데 ‘도시어부’가 우연히 물때를 잘 만난 것 같다. 조용히 기뻐하겠다.
-여러 지역에서 촬영 러브콜이 많을 것 같다?
▲ 러브콜이 많이 오는데 지역 안배도 생각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날씨다. 정해놓은 지역이 있었는데 배가 못 뜬다고 해서 다른 곳도 보고 그런다. 계획을 세우고도 물거품이 될 때가 있다. ‘도시어부’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A플랜, B플랜까지 짜서는 안 된다. 플랜D까지는 짜놔야 한다. 어떨 땐 촬영 자체가 무산될 때가 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을 비우고 있다.
-‘도시어부’를 이끌어가면서 고민이 있는지?
▲ 메인 PD로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데 큰 그림을 그리려다가 당장 다음 주 촬영이 중요하다. 빅피처 보다가 당장 오늘을 망치는 룰을 범하고 싶지 않다. 좀 더 많은 분이 ‘도시어부’를 봤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적으로 완성도 있고 재미있게 즐기다가도 무언가 하나의 메시지를 담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빅픽처는 다음에 시간 날 때 생각해야겠다.
‘도시어부’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낚시가 좋은 스포츠, 취미 활동이라는 건 확실하다. 여수 편에서 자막으로 외국의 유명한 낚시꾼의 명언을 넣었는데 ‘낚시 위에 남는 것이 물고기가 아님을’이었다. 낚시가 물고기를 잡기 위한 행위인데 남는 게 물고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임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인생과 맞닿아있는 얘기 같아서 뇌리를 치더라. 우리가 고기를 잡는 프로그램인데 어쩌면 중요한 건 고기가 아니라 남는 게 뭐냐는 생각이 든다. 시청률도 아니고 뭐가 남을지는 프로그램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
-네티즌들의 댓글 반응을 보는지? 어떤 말이 기억에 남나?
▲ ‘도시어부’를 그냥 본다는 말이 와 닿는다. 이덕화가 ‘그냥’ 낚시를 간다고 한다. 나도 ‘그냥’ 제작하고 시청자들도 ‘그냥’ 본다. 이유를 만드는 순간 피곤해지는 것 같다. 우리는 힐링과 고생의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한다. /kangsj@osen.co.kr
[사진] 채널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