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하려면 삼합이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도시어부’는 칠합이 맞아야 한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는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이 게스트와 함께 낚시여행을 떠나는 예능. 이 프로그램은 세 멤버가 함께 낚시하고 그 과정에서 터지는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도시어부’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도시어부’ 멤버들의 맛깔 나는 예능감과 낚시를 보기 위해서는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이 예능이 국내 예능을 통틀어 날씨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어부’의 장시원 PD에 따르면 태풍이 오기라도 하면 몇 주 동안 준비했던 촬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그 때문에 출연하기로 했던 게스트들의 촬영도 취소된다. 신화의 에릭과 씨엔블루 이종현의 경우가 그랬다.
- 날씨 때문에 촬영 나가는 게 쉽지 않겠다.
▲ 촬영이 취소된 게스트들이 많다. 신화의 에릭과 씨엔블루의 이종현도 게스트로 오기로 했었는데 날씨 때문에 촬영이 취소돼서 함께 하지 못했다. 모시고 싶었는데 불발됐다. 출연이 불발된 연예인들도 또 다른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다시 스케줄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사실 유명 스타들이 출연하기로 했다가 날씨 때문에 못 가면 너무 억울하다. 계속 억울해하니까 너무 힘들더라. 출연하기로 한 게스트가 날씨 때문에 출연이 불발돼 함께 하지 못한 적이 있는데 다음에 우리끼리 촬영한 적도 있다. 안 되는 일을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온다. 받아들여야 한다. 6개월 동안 ‘도시어부’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러다 보면 용왕도 찾게 되더라. 내가 자립적이었는데 세상은 누군가 도와줘야 하고 같이 해야 하겠더라.
낚시는 삼합이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칠합이 돼야 한다. 출연자들 스케줄, 물때, 날씨 등 모든 게 맞아야 한다. 한 번은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막내 PD한테 태풍 좀 막으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한다. 그렇게 농담하며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 ‘도시어부’는 날씨뿐 아니라 고기를 낚는 것도 계획할 수 없는 예능이다.
▲ ‘도시어부’에서의 상황은 단 하나 ‘입질’밖에 없다. 출연자들의 입담도 있고 이런저런 일도 벌어지지만 고기를 잡는 것 없이는 스토리텔링이 안 된다. 최근 추자도에서 촬영했는데 힘들었던 점이 사건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종교가 없는데 그럴 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용왕님이든 도와달라고 기도를 하게 된다. 요즘은 그래도 누가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 입질이 안 오다가 낚시 종료 직전에 입질이 오는 경우들이 있는데?
제주도 같은 경우는 소름이 돋았던 게 선장이 고기 안 나온다면서 접자고 했다. 그런데 입질이 4연타 왔다. 낚시 종료까지 1분 남았을 때 1분 남았다고 고지했는데 바로 입질이 왔다. 촬영을 접으려고 했는데 입질이 오는 거 보면 소름이 돋는다. 대마도 편에서도 3분 남았는데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조작 방송 아니냐’, ‘잠수부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용왕님이 도와주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입질이 없다고 꼭 1분, 3분 남았다고 했을 때 입질이 온다.
우연이 반복되니 시청자들이 의심할까 봐 걱정이다. 그래서 편집 안 하고 다 방송하자고 하기도 한다. 이덕화가 나한테 운이 정말 좋다고 그런다. 사실 기다리다 중간에 촬영을 접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카메라 감독들이 토하고 멀미하고 너무 고생한다. 결국엔 끝까지 참는데 기다림 끝에 입질이 온다.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 오랜 시간 촬영하며 입질을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 것 같다.
▲ 못 잡으면 이덕화와 이경규가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5자를 잡겠다고 위로해준다. 고기가 나오고 안 나오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늘 고생했는데 내일 고기가 나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푹 쉬라고 한다. 오히려 출연자들이 위로를 많이 한다. 배에서는 출연자, 제작진 구분이 없다. 고기가 나와서 프로그램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선장과 출연자들, 작가, 카메라맨 등 모두 한배를 탄 동지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위로를 건넬 수 있고 축하할 수 있는 것 같다. /kangsj@osen.co.kr
[사진] 채널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