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들의 스크린 수가 적으면 적당한 시간을 찾지 못한 관객들이 다른 영화를 찾게 되고, 극장들은 관객들이 안 드는 영화라며 점점 더 스크린 수를 줄여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상업적인 논리 즉 흥행을 위한 판단 기준으로 이뤄지며 그로 인해 감독의 예술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작품성을 갖춘 작은 영화들에도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2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개봉한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와 ‘1급기밀’(감독 홍기선)은 이날 각각 346개관, 440개관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비밥바룰라’의 제작사 영화사 김치㈜는 청와대에 노인 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손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치 측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편지를 보면 한국영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좋은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있지만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하는 영화가 대부분인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비밥바룰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아버지가 가슴 속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가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등 70대 이상 배우들이 출연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제작사 측은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지만 젊은 관객들에게 노년의 삶에 관해 제대로 선보이기도 전에 작품이 사라질까 우려된다”며 “작지만 소중한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변화의 시작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개봉한 ‘1급기밀’도 스크린 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 개봉 5일~1주일 전에 사전예매가 시작되지만 '1급기밀'은 개봉 하루 전에야 대부분의 극장에서 예매가 시작됐다. 일부 극장에서는 오전과 심야에 각 1회씩, 교차상영이라는 시간표를 편성 받았다.
미인픽쳐스 측은 “홍기선 감독은 ‘1급기밀’을 8 년간 준비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방식을 시도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자사 배급영화 밀어주기, 고질적인 개봉일 교차상영 등의 불공정한 행위에 제작부터 개봉까지도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끝까지 상영관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공군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해군의 방산비리를 폭로한 사건 등 한국영화 최초로 방산비리를 다루는 작품이다.
많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 영화 산업이 구조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극장 매출 극대화를 위한 경쟁 격화를 가져옴과 함께 충분한 마케팅비를 투입할 수 없는 작은 영화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 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