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살인하는 시대다. 20년 전도 그랬고, 10년 전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법적 제재 이뤄지면 잦아드는 것도 잠시, 익명성 가면 뒤 쏟아내는 말들은 '아니면 말고' 식 루머 생성에 기반해 누군가를 칼로 찌른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단 한 번 멈춘 적도 없다.
고(故)종현 유작에 수록된 '와플(#Hashtag)'은 말도 안 되는 루머로 악플을 양상하는, 참으로 한가로운 인생 패배자들을 정확히 비꼬는 노래다. 와플의 모양이 SNS 해쉬태그를 연상케 하고, 와플의 발음은 '악플'과 유사해 이같은 노래 제목이 탄생했다.
가사는 더욱 직설적이다. "와플 먹어. 너도 한 번 씹어. 악플 먹어", "쟤랑 걔랑 싸웠대. 그렇다 카더라. 아니면 말고", "대단한 무당 나셨어.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 "야, 그렇게 막 말해도 돼? 에이 뭐 어때. 안 될 건 또 뭐야. 그래 뭐 알아서 잘 살겠지" 등으로 이어지는 가사는 루머와 악플을 양산하는 이들의 '짓거리'를 정확히 고발한다.
움직임 한 번에 성격을 예단하고, 없는 말로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고, 일이 커진다 싶으면 '아니면 말고' 식. 고소 예정임을 알리면 악에 받친 글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고소를 당하면 그제서야 자필 사과문이 올라오는 행태. 연예계와 온라인 사이의 기괴한 사이클이 이어진지도 어언 10년이다.
연예계에 한정지어 말했지만, 기실 일반인들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일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다. 예상 못한 오해로 자신이 소문의 온상지가 되는 상황. 우린 그 상황에 놓였던 찰나의 시간에도 얼마나 힘겨워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왔나. 누군가를 붙잡고 해명하고 억울함을 호소한 적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물며 연예인들은 어떨까. 얼굴 모를 누군가로부터 수년간 말로 난도질 당해왔다. 물론 요즘 아티스트들은 노래를 통해 그 억울함을 해소하고, 방송인들은 예능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법천지 인터넷 사회 속의 악플러들은 멈추지 않는다. 칼을 겨눌 다음 타자를 조용히 찾아다닐 뿐이다.
고 종현은 '와플'을 통해 그들의 행태를 까발리며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악플러들의 머릿수는 결코 줄어들지 않겠지만, 그들의 행태를 낱낱이 접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연예인들이 다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정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생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노래는 아주 큰 의미를 가진 것 아닐까. 물론 세상을 떠난 자는 말이 없기에 고 종현의 속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남았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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