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일화와 양동근 주연의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가 오늘(25일) 개봉했다. 두 배우가 삶과 죽음, 사랑의 의미를 그린 이 영화를 통해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기에 기대를 갖고 지켜볼 만하다. 무엇보다 이일화가 드라마 ‘응답하라’ 속 모성애 가득한 엄마 이미지를 완전히 내려놔 눈길을 끈다.
‘천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문호(하용수 분)의 인생을 바라보는 요양사 윤정(이일화 분)과 그녀의 곁에선 제주 청년 종규(양동근 분)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는 윤정 역을 맡은 이일화와 한량 같은 아티스트 종규를 연기한 양동근의 호흡이 돋보인다.
이일화는 tvN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부터 ‘응답하라 1994’(2013), ‘응답하라 1988’(2015)까지 세 시즌이 진행되는 4년여 간 자식들과 남편만 바라보는 엄마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는데, ‘천화’에서는 술과 담배를 즐기며 욕망에 충실한 여자로 분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줄거리: 귀찮은 일을 만나도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요양사 윤정. 치매에 걸린 문호가 백주대낮부터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볼썽사나운 짓을 한다. 그 모습을 본 윤정은 다른 간호사들과 달리 화내거나 피하는 일 없이 문호에게 다가가 그를 아이처럼 달래준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웃 주민들도 늘 해사한 미소로 반기는 윤정.
그러나 그녀에게 사랑에 관한 아픈 상처가 있었으니 바로 문호와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이다. 그의 아내에게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면서도 혼자서는 절망과 회환의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흘린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그녀는 술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며, 줄곧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꿈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꿈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달려가는 인생사에서 윤정은 슬픔을 느끼며 점차 날카로운 여자로 변해간다. 이일화는 통제하기 싫은 한 인간의 감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일화가 담배 신(scene)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삶을 향한 인간의 집착과 욕망, 사랑은 쉽게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 선 추상적인 것들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