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이번 호주오픈 동안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한국 테니스 최초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정현(세계랭킹 58위, 한국체대)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평가됐다.
24일 호주 매체 '뉴스닷컴'은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 대회 기간 동안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로 정현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 이유로 이 신문은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을 폭풍에 빠뜨렸다"면서 "팬들의 흠모하는 눈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의 기이한 기량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호주오픈은 거의 매년 톱랭커가 아닌 소위 미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등장해왔다. 지난해 당시 세계랭킹 50위였던 미샤 즈베레프는 8강에서 로저 페더러에 패해 4강이 좌절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2006년에는 마르코스 바그다티스(키프로스)가 결승까지 올랐지만 로저 페더러에게 1-3으로 패했다.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는 2008년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노박 조코비치가 송가를 3-1로 돌려세웠다.
특히 당시 38위였던 송가는 결승까지 톱 10시드 3명을 차례로 꺾었다. 당시 9번 시드였던 앤디 머레이(영국)를 첫 라운드에 잡은 송가는 5라운드에서 리샤르 가스케(프랑스)를 꺾었다. 4강에서는 라파엘 나달을 눌렀지만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에게 졌다.
2015년에는 닉 키르기오스가 8강에서 머레이에게 셧아웃 당해 탈락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정현은 이변의 주인공 조건에 충분히 부합된다. 정현은 남자 단식 8강서 자신보다 낮은 순위인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앞서 가진 4번의 경기에는 호주오픈 우승트로피를 6차례나 들어올렸던 조코비치(14위)와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 등 상위랭커들이었다.
더구나 정현은 외모도 다른 선수와 차별이 된다. 1980년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고글을 끼고 경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력교정용 고글이란 점에서 정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호주오픈에서는 이제 정현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
재치 넘치는 입담도 화제다. 특히 정현은 4강행을 확정한 뒤 가진 온코트 인터뷰서 준결승 상대가 페더러 혹은 베르디흐가 될 것에 대해 "누가 올라오더라도 50대50"이라고 말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제 정현은 페더러를 상대해야 한다. 페더러는 매번 돌풍을 잠재우는 역할을 해왔다. 페더러 앞에서는 번번이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페더러는 현재 세계랭킹 2위지만 역대 1위를 가장 오래 지낸 챔피언 출신이다.
특히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5경기를 치르며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호주오픈 6번째 우승과 통산 20번 메이저대회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려 한다.
페더러는 베테랑답게 신예 정현과 대결을 앞두고 신중한 모습이다. 페더러는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정현의 플레이를 보고 정말 놀랐다. 나는 그가 조코비치를 상대로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했다"면서 "무대에서 새로운 이름을 보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의 움직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상당 부분 조코비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경계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상당히 인상적인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특히 그가 수비적으로 훌륭한 자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지금 당장 나는 그를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한가지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플레이 할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만 아직 완전히 어떻게 공략할지는 모르겠다"고 강조, 자신감과 신중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한편 이 신문은 정현을 베개의 반대면처럼 시원하다고 표현하면서 이번 대회 이후 최소 세계랭킹 29위까지 보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상금도 88만 달러를 확보, 지난 7번의 그랜드슬램에서 벌어들인 47만 7499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이 금액은 정현의 경력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페더러와 벌일 준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정현의 활약은 멜버른에서 벌어진 전설 중 하나로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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