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약쟁이에게도 '급'을 존중해주는 걸까.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가 여섯 번째 도전에도 명예의 전당 입회에 실패했다. 그러나 득표율은 꾸준히 상승세다. 이대로면 남은 네 번의 기회에서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팬들의 여론은 곱지 않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MLB네트워크'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진행 및 투표한 '2018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본즈는 56.4%, 클레멘스는 57.3% 득표율로 입회에 실패했다. 그러나 득표율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최소 10년 이상 현역으로 뛰었던 이들 중 은퇴 5년이 지난 선수들만 입회 자격을 얻는다. 매년 11월 말부터 BBWAA 회원들의 투표로 입회자가 결정된다. 올해 유권자는 424명으로, 이들은 각각 10명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75% 이상의 득표율을 받아야 하며, 올해는 318표가 필요했다.
득표율 1위는 치퍼 존스에게 돌아갔다. 그 뒤를 이어 블라디미르 게레로, 짐 토미, 트레버 호프먼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후보자격 자체가 깐깐한만큼 탈락자들의 명단 역시 쟁쟁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본즈와 클레멘스였다.
둘의 성적이야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본즈는 22년 통산 2986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 출루율 4할4푼4리, 장타율 0.607, 762홈런, 1996타점을 기록했다.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통산 최다 홈런 모두 그의 몫이다. 클레멘스는 24년 통산 709경기에 등판해 354승184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로켓맨'이라는 별명처럼 빠른 공의 위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금지약물 전력 탓에 팬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다. 2007시즌 종료 후 나란히 은퇴한 이들은 5년 뒤인 2013년부터 후보 자격을 가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본즈는 36.2%, 클레멘스는 37.6%를 기록했다. 성적만 따져봤을 때 '첫 턴 헌액'이 확실했으나 유권자들은 냉담했다. 이들은 2년차인 2014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오히려 득표율 하락(본즈 34.7%, 클레멘스 35.4%)을 맛봤다. 2015년에도 30%대 득표율. 그렇게 명예의 전당이 약물로 더럽혀지는 일은 없을 듯했다.
본즈와 클레멘스의 득표율이 오른 건 2016년이었다. 클레멘스 45.2%, 본즈 44.3%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40%대를 처음 돌파했다. 여기에 올해까지 득표율 상승을 기록한 셈이다. 물론 이들이 지난해 트레버 호프먼(74%)처럼 눈앞에서 고배를 마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네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일정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자들은 헌액 실패에도 10년까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상승세라면 내년 혹은 내후년 입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여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대표 컬럼니스트인 켄 로젠탈과 조엘 셔먼 등은 본즈에게 투표했음을 당당히 밝혔다.
물론 매니 라미레스, 새미 소사, 개리 셰필드 등의 득표율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들의 득표율 추이를 감안한다면 명예의 전당 입성이 쉽지 않을 전망. 결국 본즈와 클레멘스만 명예의 전당 헌액을 맛본다면 유권자들이 '약쟁이'에도 급을 나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금지약물을 복용했어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운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팬들의 여론이 고울 리 없다. /ing@osen.co.kr
[사진] 본즈-클레멘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