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에게 냉정했던 박종훈 단장? 오해와 진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1.25 06: 00

정근우의 한화 잔류에는 박종훈 단장의 애정과 믿음이 있었다. 
한화는 지난 24일 FA 내야수 정근우(36)와 2+1년 총액 35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씩 받는 조건이다. 지난해 11월8일 FA 시장이 개장한 뒤로 77일 만에 계약이 이뤄졌다. 예상보다 계약이 늦어지며 2년 계약안을 고수한 박종훈 한화 단장을 향해 비판 여론도 없지 않았다. 
한화는 협상 초기 단계부터 2년 계약을 제시했다. 만 36세 나이, 무릎 수술 후유증을 우려해 3년 이상 계약은 보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쉽게 원칙을 흔들지 않았다. 두 달이 넘어서도 2년 계약안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자 박종훈 단장에 대해 '정근우에게 너무 냉정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생겼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정근우의 한화 잔류는 박종훈 단장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다. 한화는 시즌 막판부터 정근우·이용규 등 내부 FA들에 대한 노선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한화는 내부 FA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다른 팀에서 평가받아도 좋다고 했다.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용규는 돌아가는 시장 분위기를 보고 FA 권리를 1년 유보하며 잔류를 결정했지만 정근우는 시장에 나갔다. 나이·성적을 볼 때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의외로 찬바람을 맞았다.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최소 14억원의 보상금 때문에 다른 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선택지는 한화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화 구단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한화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하주석을 제외하면 야수진에 20대 중간층이 거의 없는 한화는 정근우 대신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정근우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팀의 적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고 귀띔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졌지만 박종훈 단장의 결론은 재계약이었다. 
구단 안팎에서 정근우의 사인&트레이드설도 나왔지만, 박종훈 단장은 지난주 "정근우는 우리팀 필요 전력이다. 사인&트레이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젊은 선수들로 재편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맹목적인 리빌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정근우의 기량에 대한 믿음도 컸다. 
결국 2+1년으로 옵션의 비중을 30% 이상 늘리면서 절충안을 찾았다. 박 단장은 계약을 성사시킨 뒤 "기간 문제로 대립되는 모양새가 있었지만, 정근우는 정말로 좋은 선수다. 지난 4년간 잘해줬고,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옵션 추가는 어려운 문제였지만 앞으로 잘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FA 협상은 비즈니스이고, 그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다. 구단을 운영해야 할 프런트의 수장으로서 밀고 당기기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박 단장은 정근우를 높이 평가한다. 지난 2005년 정근우가 SK 입단했을 당시 수석코치가 박 단장으로 2년간 함께한 인연도 있다. 협상 기간에도 박 단장은 다른 FA 선수들과 달리 정근우 측과 만남은 빼먹지 않고 직접 참석해서 진행했다. 정근우에 대한 애정,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근우도 "협상이 길어지며 팬들께서도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비즈니스일 뿐, 섭섭하거나 마음이 상한 건 없다.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상밖 협상 장기전은 해피엔딩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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