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현행 유지' 다수의견...감독 '열흘 정도 앞당기자'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지만 팀마다 선수들끼리 스프링캠프지로 먼저 떠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비활동기간(12월~1월) 단체훈련 금지를 확실하게 지켜줄 것을 요구하면서 구단, 선수들은 시즌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시행착오를 겪은 구단과 선수는 열흘 정도 먼저 스프링캠프에 들어가 단체로 자율훈련을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LG(22명)는 미국 피닉스, kt(11명)는 미국 투산, 두산(19명)은 호주 시드니의 캠프지로 지난 21~23일 각각 선발대가 떠났다. 어떻게 보면 '꼼수'이지만, 선수협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가능했다.
비활동기간을 변경해 공식적으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1월 중순으로 앞당기자는 의견도 있다. 선수협은 비활동기간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OSEN은 10개 구단의 의견을 물었다. 단장, 감독, 운영팀장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비활동기간 변경에 대한 구단들의 생각은 팽팽했다.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의견과 스프링캠프 시작을 최소 열흘 정도 앞당기자는 '변경하자'는 의견이 5대5로 갈렸다.
# 현행 유지 "선수협이 결정했다. 바꾸자고 해도 안 하겠다"
비활동기간(12월~1월) 준수와 선수들이 2월 1일에 맞춰 몸 상태를 만들어 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착하리라는 의견이다. 또 11월 마무리캠프 중요성을 언급하며 기간을 바꾸지 않는 것이 낫다고 했다.
A구단 단장은 "기간을 다시 바꾸자고 하면 구단들이 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협이 정한 것이다"며 "다만 캠프지에 먼저 들어간다든지, 선수단이 원하는 부분을 구단이 협조하는 것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비활동기간이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구단 단장은 "개인적으로 스프링캠프를 2월 1일부터 하는 걸 선호한다. 프로라면 스스로 몸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연봉만큼 책임의식이 따라야 한다"며 "한국시리즈 진출팀은 2개월의 여유가 없다. 선수들도 힐링 기간이 필요하다. 선수 스스로 필요에 의한 1월 중순 개별 출국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구단 단장은 "줄이거나 앞당기는 것보다 조금은 더 지켜보자. 고연봉선수가 자비로 해외에서 몸을 만드는 것이 정착 단계에 있다. 저연봉선수는 구단이 시설 오픈 등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 현 상태를 지켜본 뒤에 조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D구단 단장은 "비활동기간은 선수들의 휴식 보장이며 선수협에서 강력하게 요청한 사안이다"며 "비활동 기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목소리가 나온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바꿀 것이 아니라 현행 유지하며 장단점을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을 마무리캠프 기간을 줄이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모 단장은 "KBO에 육성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 후 훈련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선수들과 구단 모두 도움이 된다. 오히려 열흘 정도 연장해 12월 10일까지만 훈련할 수 있어도 어린 선수들은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설문자도 "가을 마무리캠프는 주전 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향상이 주목적이기에 중요하다. 마무리캠프를 줄이고 스프링캠프를 늘리는 것이 선수들을 위해서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구단 운영팀장은 "10월 교육리그, 11월 마무리캠프를 하는 일정이다. 11월 중순부터 비활동기간이 되면 포스트시즌 진출팀은 시즌 후 바로 비활동기간이라 마이너스 요소가 많다. 비활동기간 변경은 포스트시즌 진출팀이나 탈락팀 모두에게 큰 메리트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 앞당기자 "최소 열흘 만이라도 빨리 시작하자"
구단의 프런트는 현행 유지 의견이 다수라면 현장의 목소리는 비활동기간을 앞당기자는 의견이 많았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경하자는 목소리. 이전처럼 1월 중순이 힘들다면, 열흘 정도만이라도 빨리 스프링캠프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F구단 감독은 "2월 캠프 시작은 현장에서 느끼기에 준비 과정이나 시간이 부족하다. 국내 날씨가 추워 해외에 못 나가는 선수들은 몸 만들기가 쉽지 않다. 구단들이 선발대로 선수들을 먼저 보내는데 그럴 바에야 1월 20일쯤 캠프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대신 11월 마무리캠프를 조금 더 빨리 하면 두 달 휴식기를 보장할 수 있다"
G구단 감독도 "우리나라 기후상 비시즌에 실내에서 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개인적으로 캠프 시작을 1월 중순으로 앞당기면 좋겠다. 가을 마무리캠프도 중요하다. 그래서 선수협이 비활동기간을 보름, 최소 열흘이라도 줄여서 1월 20일에 출발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 일본과 달리 기후 제약을 받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똑같이 비활동기간을 따른다면 선수들이 고생한다. H구단 운영팀장은 "2월~11월까지 지급하는 연봉 제도를 그대로 하면서 비활동기간만 11월 15일~1월 15일로 바꿀 수 있지 않겠나. 자국에서 캠프를 치르는 미국, 일본, 대만과는 달리 우리나라만 해외로 전지 훈련을 가야 한다. 기후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일찍 나가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I구단 단장은 "융통성있게 운영하면 좋겠다. 11월 중순부터 휴식하면 두 달의 기간을 보장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자비로 해외로 나가는데, 구단이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피해는 저연봉 선수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고 말했다. J구단 단장도 "선수단에 도움이 된다면 변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금 날씨가 굉장히 춥다. 저연봉 선수들은 해외 나가기 부담스럽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원하는 선 안에서 바꿔주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고 동조했다.
# 결국 자율캠프가 해결책인가
이처럼 구단들마다 비활동기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쉽게 개선책이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구단의 비용 지원 여부와 관련해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한다면 단체 훈련이 아니라면 전향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있다"며 "통역 담당 직원 및 트레이너들이 선수들의 훈련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단체 훈련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반면 코치가 관여할 경우 자율 훈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Z구단은 1월 중순 캠프지로 출발한 선발대에 통역, 트레이너, 배팅볼 담당을 함께 보내 선수들의 자율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선수협이 양해를 하는 선에서 지원을 한 것이다. 구단은 비행기 티켓(캠프 왕복 티켓은 구단 비용)까지만 부담하고, 선수들이 숙식비를 책임지는 자율캠프가 현재 비활동기간에서 융통성 있게 나온 방법이다.
올해 스프링캠프 자율훈련을 생각하지 못한 구단들까지 합세해 내년에는 10개 구단 모두가 1월 중순 선발대들이 '자율캠프'를 떠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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