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길었지만 마무리는 깔끔했다. 한화와 정근우가 웃으며 FA 계약을 마무리했다. 윈윈 계약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한화는 24일 FA 내야수 정근우(36)와 2+1년 총액 35억원으로 계약했다. 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씩 더해진 조건이다. 지난해 11월8일 FA 시장이 열린 뒤 77일만의 계약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없지 않았지만 생채기는 없었다.
▲ +1년 추가한 한화의 양보
한화는 FA 시장이 열린 뒤 최초 협상 때부터 정근우에게 2년 계약을 제의했다. 그 이후 계속된 협상에서도 2년 계약안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만 36세의 나이, 무릎 수술 이후 주력 감소를 이유로 3년 이상 장기계약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FA 보상 때문에 정근우의 이적이 어려운 점도 이용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출발이 다가오는 시점까지 계약 진전이 없었고, 2년 계약안에서 +1년을 추가하며 수정 계약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계약 총액 규모도 20억원대에서 30억원대로 상승했다. 그 대신 순수 보장액은 22억원으로 최대한 줄이며 안전장치를 걸어뒀다. 옵션 총액 13억원은 정근우에게 달렸다.
계약 총액 35억원은 만 36세 이상 선수 중에서 역대 4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2015년 36세 LG 박용택(4년 50억원), 2016년 36세 롯데 투수 송승준(4년 40어원), 2016년 40세 삼성 이승엽(2년 36억원) 다음이다. 2016년 36세의 나이에 넥센과 4년 35억원에 계약한 이택근과 공동 4위. 연평균 금액은 더 높다.
▲ 옵션 감수한 정근우의 자신감
최소 3년 계약을 희망한 정근우도 협상이 길어지자 욕심을 버렸다. 구단의 2+1년 계약을 받아들였다. 옵션 금액이 계약 총액의 37.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정근우는 자신감이 있다. 옵션 내용은 구단과 선수의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지만 정근우는 고민 없이 옵션을 감수했다. 달성 조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근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30대 후반 나이에도 2루수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의 길을 걸어온 정근우는 만 36세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경쟁력을 갖고 있다. 2년이 흐른 뒤에도 옵션 조건을 채워 +1년을 실행할 것으로 자신한다.
역대 KBO리그에서 만 36세 이상 나이에 2루수로 100경기 이상 뛴 선수는 없다. 2루 포지션은 움직임이 많아 수비 부담이 큰 자리다. 한화도 이에 부담을 느껴 여러 옵션을 달았다. 정근우는 "지금까지 해온대로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 예상밖 장기 협상에도 해피엔딩
한화의 정근우의 협상은 예상밖 장기전이었다. 정근우급 선수가 지금까지 시장에 남은 것도 의외였고, 한화의 강경안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출발 일주일을 남겨놓고 급진전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FA 시장이 열리고 첫 한 달 동안 직접 협상을 한 정근우는 지난달 하와이로 개인훈련을 떠나며 에이전트를 선임했다. 정근우의 에이전트는 세이버메트릭스를 근거로 향후 나이대 변화에 따른 예상 성적을 한화 구단과 공유했다.
지난 23일 협상에서 박종훈 단장과 에이전트의 만남에서 진전을 보였고, 24일 오전 정근우도 대전으로 내려와 최종 담판을 지었다. 정근우는 계약을 마무리한 뒤 한동안 비웠던 대전 홈구장 라커룸을 찾아 팀 동료들과 웃으며 해후했다. 정근우는 "FA 협상은 비즈니스다. 크게 힘들거나 기분 상한 건 없었다. 이렇게 계약이 성사됐으니 그걸로 잘된 것이다. 팬들도 많이 걱정하셨는데 감사하다. 야구장에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협상은 길었지만 서로 앙금 없이 끝냈다. 정근우가 제 몫을 해서 옵션을 모두 충족한다면 윈윈 계약이 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