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귀화를 생각해보자. 지난해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로 12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명실공한 ‘천만 배우’가 됐다. ‘택시운전사’에서는 사복 조장으로 터미네이터 T-1000을 방불케하는 추격 액션을 선보이며 ‘악인(惡人)’의 전형이 됐다. 연이어 개봉한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에서는 적당히 능청스럽고, 적당히 허세도 있는 형사 반장 전일만을 연기하며 친근한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녹였다.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또 어떤가. 꿈의 시청률 40%를 경신하고, 50% 돌파까지 앞두고 있는 지금, 드라마의 멜로 라인에 박차를 가하며 시청률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잔혹한 악역부터,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매력적 인간상까지, 배우 최귀화의 영역은 지금도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감독님들이 주시는 디렉터스컷 상도 받고, 영화 흥행도 잘 되고, 드라마도 다 잘됐죠. 너무 행복하지만, 반대로 두려운 것도 있어요. 지금까지 한 작품들과, 앞으로 할 작품들의 성과가 비교될 수밖에 없잖아요. 두렵기도 해요. 그렇게 잘 될 거라고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거든요. 열심히 한 건 사실이지만, 운 좋게 잘 된 것뿐이죠. 앞으로의 길에 본의 아니게 두려움도 생기네요(웃음).”
사실 최귀화는 지난해 충무로를 빛낸 최고의 ‘흥행왕’이다. ‘더킹’(한재림 감독)으로 531만, ‘조작된 도시’(박광현 감독)로 251만, ‘택시운전사’로 1218만, ‘범죄도시’로 687만 등 약 26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진정한 ‘흥행킹’인 것. 이에 대해 최귀화는 “전혀 몰랍다. 놀랍다”며 “쟁쟁한 배우들이 정말 많지 않나. 그래서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열심히만 해야겠다”고 껄껄 웃었다.
출연만 했다하면 ‘잭팟’처럼 터지는 흥행에, 상복까지도 터졌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직접 선정하는 제17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는 올해의 새로운 남자배우상을 수상했고, 2017 스타의 밤-제6회 대한민국 톱스타상 시상식에서는 톱 조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7일 열린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 직전에는 셋째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겹경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최귀화에게 그야말로 ‘하면 된다’의 시대가 열린 것.
“무엇보다 막내가 세상에 나와서 정말 의미가 있었던 날이었죠. 게다가 감독 조합에 속해 계신 300분도 넘는 감독님들의 투표로 상을 주신 거라, 진짜 너무 뿌듯했어요. 앞으로 연기해야 할 힘을 얻었다고 할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끔은 제 생일도 까먹을 때가 있거든요(웃음). 12월 7일 오후 4시 49분에 나온 막내 생일은 절대 안 잊어버릴 것 같네요.”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서는 생애 첫 멜로에 도전하고 있다. 멜로 연기에 직접 점수를 매겨달라는 부탁에 최귀화는 “40점이다”라며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엄격한 심사평을 내렸다. 최귀화는 “멜로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제가 보기에 스스로 너무 꾸며졌다는 생각도 들더라.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시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스크린까지 가지 않아도, 안방에서도 이미 최귀화의 스펙트럼은 너무나도 다채롭다. 주말만 해도 ‘황금빛 내 인생’,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극과 극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중. 최귀화는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쓰고 있는 기분이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투박하지만 수수한 모습이고, ‘나쁜 녀석들’에서는 강한 모습이다. ‘황금빛 내 인생’ 댓글을 보면 ‘사람 죽이고 거기서 빵 만드냐’고 하고, ‘나쁜 녀석들’ 댓글을 보면 ‘빵집 아저씨 거기서 뭐해’라고 한다. 그런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너무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독 인터뷰②에서 계속 됩니다.)/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