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힘냅시다!" 정현이 정현에게 보내는 격려
임종택 단장 "반드시 시구자로 초청하겠다"
한국 테니스 역사가 바뀌었다. 22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이 열렸다. 한국 테니스 간판으로 성장한 정현(22·58위)은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와 마주했다. 정현은 3시간 넘는 혈투 끝에 조코비치를 3-0(7-6(4), 7-5, 7-6(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른 주인공이 됐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이 경기는 화제였다. 코트 위 정현을 응원한 또 한 명의 정현이 있었다. 2017시즌, 팀의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kt 정현이다. 그는 이 경기 중계를 라이브로 지켜봤다. 그는 "사실 테니스 정현이 이전에 조코비치에게 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조코비치는 세계 정상급 선수 아닌가. 응원하면서 봤는데 멋지게 완승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다. 동명이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kt 정현은 부산 대천중 시절부터 동명이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본인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테니스 천재' 정현의 이름이 함께 떴기 때문. 포털사이트는 동명이인이 있는 경우,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메인에 등록한다. 이들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포털사이트에서 순위 경쟁(?)을 펼친 것. 정현은 "상무 야구단에는 테니스부도 있다. 군 복무 시절 그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테니스부 선수들이 정현을 두고 '천재'라고 극찬했다. 거의 신(神)의 영역이라고 들었다"고 회상했다.
선의의 경쟁 덕에 질투보다는 애정이 생겼다. kt 정현은 유튜브 등을 통해 동명이인의 활약상을 챙겨봤다. 그는 "하드웨어가 워낙 좋다. 나도 테니스는 한 번 해봤는데 쉽지 않았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는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보고 싶다. 초면이라도 낯익은 느낌일 것 같다"며 "24일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테니스 스타 정현은 24일(오늘) 오전 11시, 테니스 샌드그랜(미국·97위)와 8강 맞대결을 펼친다.
정현의 바람은 머지않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테니스 스타 정현은 공교롭게도 kt의 연고지 수원 토박이다. 수원북중학교와 삼일공고를 거치며 테니스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름과 거주지의 인연 때문에 kt 팬들 사이에서는 시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kt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테니스 정현이 시구, kt 정현이 시타로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kt 구단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임종택 kt 단장은 "안 그래도 마케팅 팀과 이야기 나눴다. 테니스 정현은 수원의 대표적인 스타다. 거기에 우리 팀 선수와 동명이인이라는 인연까지 있으니 스토리가 된다"며 "2018시즌에 꼭 한 번 시구자로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임종택 단장은 평소 '우리 팀은 수원 연고 팬들에게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현의 시구 추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임 단장의 다짐대로면, kt 팬들과 정현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전망이다.
비록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만큼의 성과는 아니지만, kt 정현도 팀의 주축으로 훌쩍 성장 중이다. 김진욱 kt 감독은 "지난 시즌 정현은 팀의 주축 선수로 도약했다. 그럼에도 아직 보여줄 게 두세 단계는 더 남은 선수다"라며 기대를 보냈다. 정현 역시 담금질에 한창이다. 그는 "시즌 첫 경기부터 100%를 쏟아내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은 나아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두 명의 정현이 한국 야구와 테니스를 주름잡을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스토리가 태동하고 있다. /kt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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