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와 6위의 맞대결. 5라운드 첫 맞대결에서 6강 싸움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한 끗 차이는 순위 이상으로 컸다.
안양 KGC는 23일 안양 실내체육관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5라운드 첫 경기를 84-75로 승리했다. KGC 승리 주역은 단연 사이먼이었다. 사이먼은 이날 35득점-12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이날 경기는 6강 싸움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KGC는 이날 전까지 21승15패 5위, 전자랜드는 20승17패 6위에 머물고 있었다. 1위부터 3위까지는 2.5경기로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이다. 4위 울산 현대모비스부터 6위 전자랜드까지도 2.5경기 차. 4~6위 그룹이 선두권을 쫓기는 다소 버거울 수 있으나, 이들간의 순위표는 충분히 반전 가능했다. 물론 6강 플레이오프에 진입했을 때 순위의 메리트가 크진 않지만 유불리를 따졌을 때 불리할 건 없다. 또한, 시즌 막판 대반전을 위해서라도 한 계단 더 높은 위치는 중요했다.
양 팀 감독은 특별한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말속에 '이날 경기 중요성'을 숨겼다. 김승기 KGC 감독은 "사실 어느 팀이든 신경 쓰인다. 하위권 팀들 상대로 패하는 건 타격이 크기에 중요하다. 순위표에서 붙어있는 팀들과 경기는 당연히 중요하다. 선두권은 강팀이기에 또 쉽지 않다"며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3경기서 2승1패 혹은 3승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나 1승2패였다. 아무래도 첫 경기 원주 DB전서 잘하고도 아깝게 진 여파라고 볼 수 있다. 선수들에게 하나되자고 주문했으니 이날 경기부터 따라줄 것이다"라고 기대를 보냈다.
KGC는 올 시즌 전자랜드 상대로 3승1패를 기록 중이었다. 아울러, 홈에서 전자랜드를 만날 때면 2015년 3월5일 맞대결 이후 8연승 중. 통계는 KGC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김 감독은 "다를 건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뿐이다"라고 방심을 경계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의 표정 역시 밝지 못했다. 외인 조쉬 셀비가 발목 염좌로 2주 진단을 받았기 때문. 유 감독은 "4주 이상의 장기 부상도 아니기에 임시로 데려올 수밖에 없다. 이날까지 버텨야 한다"고 조바심을 드러냈다.
이어 유도훈 감독은 안양 원정 8연패에 대해 "단지 안양이라서가 아니라, KGC를 만나면 오세근 때문에 꼬였던 적이 많다. 거기에 외국인 선수 큐제이 피터슨도 우리 상대로는 펄펄 날았다"고 경계했다. 유 감독은 "막판 집중력이 아쉽다. 결국 마지막 승부처에서 해결해줄 토종 선수가 있어야 한다. 내 부족함 탓에 그 자원을 발굴하지 못했다"면서도 "이 경기는 어떻게든 이겼으면 좋겠다"며 감독 인터뷰를 마쳤다.
그러나 결과는 유 감독의 바람과 다른 쪽으로 흘렀다. 전반은 KGC의 우위였다. KGC는 오세근을 위시한 골밑부터 외곽까지 모두 앞섰다. 전반까지 KGC의 41-34 7점 차 리드. 그러나 전자랜드의 반전은 3쿼터 일어났다. 시작부터 차바위와 강상재의 미들슛으로 조금씩 따라붙었다. 전자랜드는 45-47로 뒤진 4분여 전 차바위의 3점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3쿼터까지 KGC의 56-55 리드.
4쿼터 초반에도 엎치락뒤치락 양상이 거듭됐다. 전자랜드는 63-64로 뒤진 6분여 전, 김낙현의 3점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전성현도 곧장 클린 3점포로 응수했다. 전성현은 69-71로 뒤진 4분여 전, 또 한 번 3점슛으로 역전을 이끌었다. 전자랜드는 3분여 전, 브라운의 연이은 골밑슛이 오세근과 사이먼에게 차례로 블록당하며 분위기를 빼앗겼다. 이어 KGC는 78-73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재도의 3점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결국 유도훈 감독이 말했던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선수들의 활약이 부족했다. 4쿼터 종료 3분 여를 남겨둔 시점에서만 블록슛 3차례를 당했다. 아울러, 이날 경기서 맹활약하던 김낙현도 10점차로 뒤진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턴오버를 범했다.
순위표 한 끗 차이는 생각 외로 컸다. /ing@osen.co.kr
[사진]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