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한물간 복서 조하와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청년 진태의 형제애를 그린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배우 이병헌이 조하를, 박정민이 진태를 맡아 연기 호흡을 펼쳤다. 예고편부터 기대감을 높이더니, 어제(22일)까지 101만 2034명(영진위 제공)의 누적 관객수를 돌파했다. 비수기로 꼽히는 1월 흥행 달성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박정민은 자폐 캐릭터 연기와 수준급 피아노 연주를 소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믿고 배울 수 있는 선배 이병헌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재고 따지고 망설일 여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은 이 영화에 한껏 어우려졌다.
국내 대표 연기파 배우와 촉망받는 충무로 대세 신예가 만나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음에도 왠지 낯설지가 않다. 비록 결말이 예상이 되는 스토리에, 자식과 부모·형제의 사랑을 그린 신파의 형식에 충실했지만 보고 나면 배우들의 따뜻한 눈빛이 결국 마음을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병헌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남한산성’ 이후 제 마음을 사로잡은 시나리오 속 인물이 또 다시 각을 잡았다면 그 작품을 했을 것이다. 일부러 일상적인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주는 정서적 울림에 집중한다. 그게 저를 움직이면 그 다음에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아니다”라고 출연 의도를 밝혔다.
조하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을 거머쥔 잘 나가는 복서였지만 이제는 갈 곳 없는, 별 볼 일 없는 남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17년간 떨어져 살았던 친엄마(윤여정 분)와 재회하고 평생 존재조차 몰랐던 이부동생 진태와 한집에 살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가족극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형제의 좌충우돌 케미스트리로 유쾌한 웃음과 감동의 눈물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을 열어가며 진짜 형제가 돼가는 조하와 진태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셈이다.
조하는 무뚝뚝하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인물로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보이는 이병헌도 만나서 얘기해보면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허당기를 지닌 남자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 조하와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는데, 이 역할에 이병헌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허당기를 가졌다고 밝힌 이병헌은 자신의 연기력보다 후배 박정민에게 공을 돌렸다. “박정민, 김태리, 김고은 등 젊은 배우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범함인 것 같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지 않는다. 평소에는 선배들 앞에서 예의가 바르고, 부끄러워서 얼굴도 빨개지지만 일단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자신이 표현하려고 했던 것들을 모두 보여주려고 하더라”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박정민이 장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말아톤’ 조승우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자신만의 가치관과 해석력을 발휘해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며 “나보다 박정민이 연기 천재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영화를 좋게 보셨다면 그게 저를 움직인 힘이 아닐까 싶다. 보시면서 감동받고 웃으셨다면, 저 역시 시나리오를 키득거리며 봤다(웃음). 무엇보다 조하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정서가 좋았다”고 말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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