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없다. 끝까지 준비하겠다".
올 겨울은 KBO리그의 베테랑 선수들에게 유난히 추운 계절이다. 세대교체, 리빌딩, 내부육성이 대세가 되며 베테랑 선수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FA 선수들도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방출 선수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30대 베테랑 방출 선수 중에서 새둥지를 찾은 건 KIA 정성훈이 유일하다.
지난해 11월 한화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돼 자유의 몸이 된 외야수 김경언(36)도 아직 좋은 소식이 없다. 11월초 일찍 방출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하더라도 금방 새 팀을 찾을 것으로 보였다. 관심을 가진 팀들도 있었지만 2차 드래프트, 주요 선수들의 방출 대란으로 잊혀졌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하나둘씩 은퇴하며 새 인생을 시작한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경언은 포기하지 않았다. 현역 연장에 대한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필리핀 세부로 넘어가서 연말연시를 반납하며 한 달 가까이 훈련을 소화 중이다. 한화에서 방출된 투수 박성호와 짝을 이뤄 몸을 만들고 있다. 기약 없는 2018시즌이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김경언은 "한 달 정도 세부에서 훈련 중이다.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캐치볼과 티배팅까지 치고 있다. 몸 상태는 매우 좋다"며 "아직 다른 팀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에이전트가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답답하지만 지금으로선 훈련을 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들 둘에 막내 딸까지 세 아이를 둔 김경언은 야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다. 그는 "가족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고 있다. 팀을 나와 보니 야구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 포기하지 않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01년 프로 데뷔한 김경언은 임창용·정성훈(이상 KIA)과 함께 리그에 몇 안 남은 해태 멤버. 2010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2014~2015년 중심타자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사구로 인한 부상으로 고생했고, 한화의 세대교체 기조에 의해 보류명단에 빠져야 했다.
2월 스프링캠프 출발이 열흘 안으로 다가왔다. 대부분 팀들이 전력 구성을 끝마친 상황이지만 어떠한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 검증된 베테랑 선수는 즉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하다. 김경언도 혹시 모를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준비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