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2, 세계랭킹 58위, 한국체대)이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 세르비아)를 완파하고 한국 테니스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올랐다.
정현은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서 3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조코비치를 3-0(7-6(4), 7-5, 7-6(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른 주인공이 됐다. 앞서 이번 대회 정현을 비롯해 남자단식 이형택(2000, 2007 US오픈)과 여자단식 이덕희(1981 US오픈)가 그랜드슬램 16강에 진출한 적은 있었지만 8강에 오른 이는 정현이 최초다.
정현은 8강행 상금으로 44만 호주달러(약 3억 8000만 원)를 확보했다. 다음 라운드 진출 시 약 2배씩 상금이 늘어난다. 우승 상금은 400만 호주달러(약 34억 4000만 원)다.
정현은 하위 랭커인 테니스 샌드그렌(97위, 미국)과 준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샌드그렌은 16강서 세계 5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3-2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현이 계속해서 다음 라운드에 오르면 준결승서 세계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결승서 세계 1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정현은 정확히 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조코비치와 재회했다. 정현은 2016 호주오픈 1회전서 조코비치를 만나 경험과 서브에서 밀리며 0-3 완패를 당한 바 있다.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통산 237승 39패로 12회 우승, 호주오픈 남자단식 최다 우승(6회) 등의 기록을 보유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선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팔꿈치 부상을 털고 6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3회전서 1세트만 내주는 등 복귀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3회전 도중 메디컬 타임을 부르는 등 몸 상태에 이상 징후를 보였다. 조코비치는 이날도 수 차례 고통을 호소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정현을 상대했다.
1세트부터 접전이었다. 68분간 혈투가 이어졌다. 정현이 초반 기세를 올렸다.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서 2포인트를 내주며 끌려갔지만 내리 4포인트를 따내며 브레이크, 1-0으로 앞서나갔다. 정현은 2번째 서브게임서 포핸드 스트로크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듀스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장기인 백핸드 크로스 패싱샷으로 서브게임을 지키며 2-0으로 달아났다.
조코비치는 3번째 서브게임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연이은 더블 폴트로 점수를 따낸 정현은 환상적인 다운 더 라인과 포핸드 스트로크로 게임스코어 3-0으로 도망갔다. 정현은 조코비치의 범실 속에 4번째 서브게임도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5번째 게임부터 향방이 바뀌었다. 정현은 5번째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한 뒤 6번째 서브게임도 듀스 끝에 잦은 에러에 발목이 잡혀 내줬다. 정현은 7번째 게임도 수 차례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지 못하며 3-4로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정현은 승부처인 8번째 서브게임서 포핸드 앵글샷과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기세를 올렸다. 공격적인 샷으로 조코비치를 좌우로 흔들며 게임스코어 5-3으로 리드했다. 정현은 기복 있는 모습을 이어갔다. 9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한 뒤 10번째 자신의 서브게임서 연이은 포핸드 범실로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5-5 동점을 내줬다.
정현은 11번째 조코비치의 서브게임도 브레이크할 기회를 잡았지만 또 한 번 포핸드 실수를 범하며 게임스코어 5-6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궁지에 몰린 정현은 12번째 서브게임을 지켜내며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다.
정현은 타이브레이크 1-1서 환상적인 백핸드 발리로 2-1로 리드했다. 기세가 오른 정현은 좌우로 길게 흔드는 크로스 샷으로 조코비치의 범실을 유도하며 타이브레이크 포인트 7-4로 1세트 기선을 제압했다.
정현은 2세트서 완벽히 주도권을 잡았다. 1세트가 끝난 뒤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던 조코비치의 숨통을 조끔씩 조였다. 정현은 첫 번째 서브게임서 브레이크를 당할 위기를 맞았지만 환상적인 포핸드 앵글샷으로 위기를 넘겼다. 정현은 2번째 게임도 절묘한 앵글샷으로 브레이크한 뒤 3번째 게임까지 따내며 3-0으로 리드했다.
정현은 4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했지만 5번째 서브게임을 지키며 4-1로 앞서나갔다. 조코비치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조코비치는 연달아 3게임을 따내며 게임스코어 4-4로 균형을 맞췄다. 정현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9번째 서브게임을 지킨 뒤 10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했지만 잇따라 2게임을 따내며 2세트를 7-5로 이겼다.
정현은 3세트 첫 게임서 브레이크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2, 3번째 게임을 연이어 가져오며 분위기를 바꿨다. 조코비치도 젖먹던 힘을 짜냈다. 4번째 정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한 뒤 5번째 게임까지 따내며 3-3을 만들었다.
정현은 어렵사리 7번째 서브게임을 지켜내며 조코비치의 상승세를 꺾는 듯했다. 그러나 8번째 게임 브레이크에 실패한 뒤 9번째 서브게임서도 고전했다. 하지만 결국 집중력을 발휘하며 5-4로 리드를 이어갔다.
10번째 게임을 내준 정현은 11번째 게임서 위기를 맞았지만 정교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긴 랠리로 조코비치의 범실을 유도했다. 정현은 결국 절묘한 포핸드 앵글샷으로 승부를 뒤집으며 6-5로 게임포인트를 만들었다.
정현은 12번째 조코비치의 게임서 상대의 네트 플레이에 고전하며 타이브레이크까지 갔다. 정현은 연이어 3포인트를 따며 승기를 굳히는 듯했지만 내리 3포인트를 내주며 3-3을 허용했다. 거기까지였다. 정현은 환상적인 포핸드 패싱샷으로 5-3을 만든 뒤 2포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8강행 역사를 썼다./dolyng@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