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외압 굴복 없다'는 외인 감독 머레이의 자존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1.23 05: 49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새라 머레이 감독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최근 남북 단일팀이 생기면서 불거진 문제와 오해들에 대해 명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6일 귀국하면서 내놓았던 발언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한국-북한간의 회의에서 잘못 전달되며 생긴 부분을 시작으로 개인 메세지 프로필 사진까지 모든 문제들에 대해 해명했다.
22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머레이 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참여 한다고 들었을 때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것으로 생각해 힘들었다. 그런데 12명이 아닌 3명이 경기에 뛰는 것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또 북한에서 합류한 선수들을 출전 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올 경우에 대해 머레이 감독은 "감독으로 최고의 선수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은 내가 컨트롤 하는 것이다. 12명 선수를 모두 출전 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레이 감독이 와전된 부분과 오해로 생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우리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었다.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미안하고 아쉽다고 설명했다. 모든 질문에 머레이 감독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지난 20일 결정됐다. IOC와 남북 대표단의 남북 올림픽 회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면서 단일팀이 성사된 것. 우리나라 대표팀의 엔트리 23명을 모두 보전하면서 12명의 북한 선수가 가세해 총 35명이 한 팀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머레이 감독은 북한 선수들을 모두 출전 시킬 생각은 없었다.
머레이 감독은 "3명 선수들은 주로 4라인에서 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2명을 모두 출전 시키지 않을 수 있다"면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선수 출전 여부는 내 권한"이라고 못밖았다.
현재의 솔직한 심정에 대해 재차 질문하자 머레이 감독은 "별다른 감흥은 없다. 역사상 최초로 단일팀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23명의 선수들이 모두 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북한 선수들이 빨리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캐나다인인 머레이 감독은 전혀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지만 일단 자신이 지도했던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나타내고 필요한 선수들을 출전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적인 발언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무리한 이야기로 인해 사과까지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수준이 메달권은 아니다", "단일팀 합의하면 실업팀을 만들겠다"와 같은 무성의 하고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머레이 감독은 선수들을 챙겼다. 또 자신에게 내려질 수 있는 외압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겠다고 천명했다.
물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결정된 것이 없다. 어떤 선수들이 내려올지도 결정되지 않았고 언제 합류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일단 외면받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살리기 위해 기획된 단일팀 소식만 있다. 무리한 요구를 듣지 않겠다는 머레이 감독의 이야기는 비단 평창 올림픽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미치는 울리는 바가 큰 상황이다. / 10bird@osen.co.kr
[사진] 진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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