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12월부터 1월까지는 비활동기간으로 구단의 단체 훈련이 금지된다. 선수들 개인적으로 자율 훈련만 가능하다. 구단은 1월 중순부터라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비활동기간 휴식을 양보하지 않는다.
구단과 선수협이 한 발 양보하면 개선책을 찾을 수 있다. 선수협은 2017시즌부터 스프링캠프 시작을 2월 1일로 관철시켰다. 비활동기간에 구단 시설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선수협은 1년 만에 제약을 풀고 있다. LG는 지난 21일 스프링캠프 참가자의 절반이 넘는 22명이 먼저 애리조나 피닉스 캠프지로 떠났다. kt는 23일 11명의 선수가 선발대로 애리조나 투산으로 출발한다.
# LG의 22명 자율 캠프
21일, LG 소속 선수 22명은 미국 애리조나로 훈련을 떠났다. 이들은 LG가 스프링캠프지로 사용할 피닉스의 파파고 파크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자율 캠프'를 실시한다. 코칭스태프가 지휘하는 전지 훈련은 2월 1일부터 시작되지만, 열흘 정도 앞서 현지 적응을 마치고 선수들끼리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다.
주장 박용택을 비롯해 차우찬, 류제국, 이동현 등 1군 주축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박용택은 "개인적으로 올해로 3년째 캠프에 먼저 들어간다. 예전에는 5~6명 정도 일찍 들어가 훈련했는데 올해는 20명이 넘는다. 시즌을 준비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고, 미리 시차 적응을 해서 캠프 시작과 동시에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준비하는 지도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올해는 특히 아시안경기대회로 인해 시즌 도중 휴식기가 있고, 역대 가장 빠른 3월 24일 개막전을 치른다. 준비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20명이 넘는 미니 캠프가 되면서 박용택은 류중일 감독이 도착하기 전까지 책임자 역할을 하게 됐다. 박용택은 출국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류 감독은 박용택에게 "(스프링캠프를) 열흘만 당기면 안되나, 선수협에 얘기 좀 안 되나"라고 속내를 말했다. 박용택은 "감독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수들이 점점 더 몸 상태를 잘 만들어 온다. 시즌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애리조나로 떠난 투수들은 벌써 롱토스와 그라운드에서 플랫 피칭까지 하고 있다. 이날 떠난 이동현, 진해수 등은 "70m 롱토스와 20m 거리에서 플랫 피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단 지원-선수협 철회...캠프 앞당길 수 있다
선수협은 2016년 12월 열린 선수협 총회에서 '스프링캠프는 2월 1일부터 시작하고, 12월에는 10개 구단 구장 출입을 제한한다'는 대책을 결의했고 구단에 요구했다. '1월에는 야구장을 출입할 수 있지만, 코치나 트레이너의 개입 없이 개인 훈련만 한다'는 방안도 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선수협은 '비활동기간에 선수들의 구장 출입 제한'을 없앴다. 1년 만에 자신들의 요구를 철회했다. 선수협측은 "개인훈련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2월 스프링캠프에 맞춰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은 훈련 장소를 찾지 못해 고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엄격한 비활동기간 준수가 도리어 대다수 선수들에게는 안 좋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현재 선수협은 회장이 공석인 채로 10개 구단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선수협의 의사 결정은 10개 구단 주장 또는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LG 주장인 박용택은 자율캠프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구단이 숙식비를 부담해준다면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 미리 들어가 훈련을 할 수 있다. 구단이 선수 좋으라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선수협에서 반대하겠나"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선수들의 캠프 자율 훈련에 구단의 지원은 금지다. 선수들이 숙식비를 부담한다. 그런데 22명의 LG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미리 사용하는 것은 LG 구단이 그 기간 동안 훈련장을 대여했기에 가능하다. 실질적으로 구단 지원이 있는 '자율 캠프'다. 선수협에서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만약 구단이 열흘 정도 일찍 실시되는 '자율캠프'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면, 코칭스태프 일부가 참가해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구단의 비용 부담에 선수협도 한 발 물러서며 화답하면 된다. 구단에만 부담을 강요해선 안 된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것에 선수협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자율훈련 형식으로 캠프 시작을 앞당길 수 있다. 일례로 구단과 선수협이 비활동기간을 12월1일~1월31일에서 11월15일~1월15일로 변경한다면, 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은 12월에는 주로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하고 1월에는 개인 훈련을 한다. 절친한 팀 동료끼리 소그룹을 꾸리거나, 일본처럼 선배가 후배 2~3명을 데리고 해외로 훈련을 떠나기도 한다. 에이전트가 소속 선수들을 데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에서 훈련하기도 한다. 자비 부담이 여의치 않는 저연봉, 저연차 선수들은 주로 국내에서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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