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FA보다 더 급한 게 있다. 목표는 kt 구성원 모두 똑같다".
kt는 2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2018 신년 결의식' 행사를 진행했다. 유태열 사장, 임종택 단장과 김진욱 감독 이하 선수단 대부분이 함께했다. 유태열 사장과 김진욱 감독의 신년사부터 신규 영입 선수, 신인들의 인사 시간이 있었다. kt는 이 자리에서 '허공이 소리친다, 온몸으로 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했다.
주장 발표도 있었다. kt는 2018시즌에도 캡틴으로 박경수를 낙점했다. 박경수는 2015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팀을 옮겼고, 지난해까지 3년간 389경기 출장 타율 2할8푼6리, 57홈런, 219타점을 기록했다. 박경수는 2016시즌부터 팀의 캡틴을 맡았다. 외유내강의 차분한 리더십으로 '영건'들이 많은 kt 주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가운데 또 다시 주장 완장을 찬 것. 박경수는 "내 FA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또 주장이다.
▲ 올해는 이런저런 각오나 목표를 얘기 안 할 생각이다. 그걸 이야기했을 때 몰려오는 허탈감이 나를 너무 괴롭혔다. 지난해에는 기대도 많았고, 인터뷰에서 목표 공개도 많이 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했다. 아직도 회복이 덜 됐다. (웃음) 올해는 말을 좀 줄이는 게 목표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 주장 자리가 언제 확정됐는지?
▲ 감독님께서 먼저 운을 떼주셨다. 지난해에는 내가 먼저 말씀드렸는데, 반대가 됐다.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어느 때보다 각오가 남다르다.
- FA 앞두고 주장을 맡는 건 쉽지 않다.
▲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우리 팀이 좋아지고, 내가 좋아진다면 결과도 좋아질 것이다. FA보다는 더 급한 게 있다. 잘해야 한다. 올 시즌 끝나고 나서도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 우리 팀이 나아갈 방향과 고참의 역할을 주로 이야기했다. 워크숍에서 고참들과 모여서 진지하게 얘기했다.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결국 목표는 말하지 않아도 다 똑같은 것 같다.
- 고참들끼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행동, 기본적인 태도 얘기였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하는, 하지 말아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런 걸 쉽게 지나친 경우가 많다. 고참들도 '우리부터 똑바로 하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우리가 후배들에게 얘기할 명분이 생긴다.
- 김진욱 감독은 5할 승률을 강조했다.
▲ 오늘 처음 들은 얘기다. (웃음) 어쨌든 지난해 9월 이후 5할 승률을 기록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하는 상대 팀들과 경기할 때가 생각난다. 그때 다른 팀 선수들과 얘기나누면 '너희 우리한테 왜 그러는 거냐'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농담으로 건넸겠지만 듣기 싫었다. 자연스럽게 목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 김진욱 감독이 선수들에게 독한 모습을 주문했다.
▲ 감독님은 지난해 야구장에서 맘껏 뛰어노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올해는 감독님이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신 상황이다. 올해는 결과를 내셔야 한다. 감독님이 그런 방향을 잡았으면 선수들은 따라가는 게 맞다.
- 개인 목표가 있다면?
▲ 없다. 정말 없다. 진짜 없다. (웃음) 숨기는 게 아니다. 지난해에는 3할-20홈런-80타점 목표를 세웠는데 안 됐다. 결국 팀 성적이 다운되면서 슬럼프가 깊어졌다. '팀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내 야구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주위에 티가 난다. 주위에서 안 좋게 생각한다. 팀이 만들어질 수 없다. 목표를 안 잡고 하다가 좋은 결과가 나오면 팀 성적도 좋아지지 않을까.
- kt는 올 시즌 더스틴 니퍼트, 황재균 등 전력 수혈이 많았다.
▲ 며칠 전에 니퍼트를 야구장에서 만났다. '와줘서 고맙다'고 격하게 환영해줬다. '투수 조장 맡을래?'라고 물었다. '미안하다'고 하더라. (웃음) 선발진이 안정됐다고 생각한다. 니퍼트는 내가 LG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에이스였다. 또, 최근 몇 년 올스타전에서는 우리 팀(드림) 선발투수였다. 너무 멋있고 젠틀하더라. 본인이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야수들을 더그아웃 앞에서 기다려주는 모습 자체가 큰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야수들은 힘이 날 수밖에 없다. 실력 좋은 선수가 그런 모습까지 보인다면 우리 팀 선수들이 배울 게 많다. 꼭 같이 야구해보고 싶던 선수가 니퍼트였다. 로하스와 피어밴드도 야구 외적으로 본받을 게 많은 선수다. 외인들과 트러블은 전혀 걱정 안 한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