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는 한화가 쥐고 있다. FA 정근우(36)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화가 어떻게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화는 내부 FA 선수가 2명이나 시장에 남아있다. 투수 안영명과는 계약기간에 합의점을 찾으며 세부 옵션 조율만 남아있지만 내야수 정근우와 협상은 좀터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FA 개장 초 정근우가 직접 협상했으나 지지부진했고, 그 뒤 에이전트가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달라진 건 전혀 없다. 한화는 최초 제시안인 2년 계약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만 36세 2루수인 정근우에게 3년 이상 장기계약 보장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게 역대 KBO리그에서 만 36세 이상 선수가 순수 2루수로 100경기 이상 소화한 적은 아직 없다.
2루수는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전성기 시절 2루수로 뛴 선수들도 나이가 들면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로 옮겼다. 김성래·안경현이 그랬다. 정근우는 지난 2016년 10월 무릎 수술을 받아 지난해부터 도루 숫자가 감소했다. 한화는 2루수라는 포지션 특성, 정근우의 몸 상태에 위험 부담을 느끼고 있다. 4년간 공헌도가 높지만 지극히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1~2년은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지난해에도 타율 3할3푼 11홈런 46타점 OPS .863으로 활약했다. FA 개장 초에는 정근우에게 관심을 보인 팀들도 있었다. 다만 나이 때문에 보상선수, 보상금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그렇게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2월 스프링캠프 시작까지 열흘도 남지 않았다. 시간은 흐를수록 한화 구단 편이지만 만에 하나 캠프 출발 시점까지 계약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전력 손실이다. 적극적인 교감으로 2년 계약의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 계약기간을 양보할 수 없다면 FA 계약금과 연봉을 조금 더 높여 제안하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사인&트레이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한화 구단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박종훈 단장은 "정근우는 필요 전력이다. 사인&트레이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빌딩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성적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넥센이 롯데로 보낸 채태인처럼 정근우가 한화에서 중복 자원인 것도 아니다. 4년 전 70억원을 들여 영입한 선수를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쉽게 포기할 이유 없다는 게 구단 내부 분위기.
하지만 지금처럼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면 좋을 게 없다. 앞으로 3년간 단계별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는 한화라면 보다 과감한 움직임도 필요하다. 정근우가 남아도 한화 2루에선 오선진의 출장 시간이 꽤 있을 예정. 야수진에 중간급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한용덕 감독은 젊은 선수 기용폭을 늘릴 계획이다.
한화가 만약 정근우를 사인&트레이드한다면 수준급 유망주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한화의 세대교체, 젊은 피 육성 기조라면 가능한 일이다. 그도 아니면 조속한 계약 마무리가 필요하다. 칼자루는 한화 구단이 쥐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