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과 함께 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듯하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한동희(19)는 ‘우상’이자 ‘대선배’인 이대호(36)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뛸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한동희는 롯데의 내야 세대교체를 이끌 기대주로 촉망받고 있다. 롯데의 1차 지명 선수로 선택을 받았다. 주 포지션은 3루. 지난해 경남고 소속으로 고교 주말리그에서 최다 홈런을 기록 할만큼 장타력을 보유했다. 지난해 졸업반 성적은 28경기 타율 3할4푼8리(92타수 32안타) 5홈런 25타점 출루율 4할8푼7리 장타율 0.565의 기록을 남겼다. 자체 육성 3루수를 보유한 시기가 아득한 롯데다. 한동희가 고교시절의 잠재력을 프로무대에서 고스란히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가득하다.
한동희 역시 어린 시절부터 뛰어보고 싶었던 사직구장에서, 그것도 고향 팀 롯데의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한동희는 “당시 상위에 지명되는 것만 목표로 했다. 그런데 롯데에서 1차 지명 소식을 알려주셨다. 그 때는 정말 잠도 못 자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1차 지명 당시 소감을 전했다.
롯데에 지명되어 기쁘고 설레는 이유는 또 한 가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이대호와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이 한동희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는 “이대호 선배와 함께 뛰는 것을 상상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잘하고 열심히만 한다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최대한 빨리 이대호 선배와 함께 경기를 뛰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설렘이 가득한 ‘우상’과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경남고 직속 ‘대선배’ 이기도 하다. 어려울 수도 있는 존재다. 한동희를 지도했던 고윤성 코치(현 마산고 감독)와 이대호가 동기였기에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가 코치님 같은 느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그는 “이대호 선배를 만나면 앞으로 정말 많이 물어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희는 자신이 가진 파워를 극대화하고 프로 무대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 롯데의 ‘리틀 빅’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대호와 하루 빨리 한 그라운드에 서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수비에서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공수 모두 자신 있다”며 당차게 말한 그는 “지금은 밸런스랑 코어 위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몸 관리를 배워나가고 있다. 그동안 코어 근육이 좋지 않았는데, 3주 가까이 코어 운동 열심히 하면서 힘을 쓸 수 있는 코어 근육을 많이 강화했다. 중심이 잡혀야 다른 부분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기분이 좋다”며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는 부분을 언급했다.
롯데의 3루가 신본기, 황진수, 김동한 등의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는 열세다. 신인인 한동희에게도 기회가 열려 열려있는 것이 사실. “욕심은 생긴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해 이정후(넥센)의 케이스처럼 ‘순수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일단 접어뒀다. 그는 “지금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기존 선배님들보다 많이 떨어지기에 더 열심히 해야 그 선배들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면서 “최대한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부터 시작되는 롯데의 대만 스프링캠프에 한동희가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캠프 명단을 추리고 있는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한동희의 캠프 합류를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대만 현지로 선수들의 장비를 부치기 위한 과정에서 한동희의 장비도 같이 준비를 하고 있다.
신인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팀의 기대치와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한동희는 스프링캠프 참가가 꿈을 이루는 출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동희는 “캠프를 따라간다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캠프를 따라가게 되면 선배들에게 정말 많이 물어보고 조언 해주시는 것들을 몸에 습득하고 싶다”면서 “신인답게 패기 있게 하면서 만약 기회가 된다면 3루 주전 하면서 이대호 선배와 함께 야구를 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우상’과의 플레이를 꿈 꿨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