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배구계를 호령했던 '단짝' 신진식-최태웅. 이제는 라이벌 구단의 사령탑으로 코트 위에서 칼을 맞대는 사이가 됐다. 그러나 올스타전에서만큼은 1990년대의 호흡을 재현해냈다.
21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는 '2017-2018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K-스타팀(남자부 현대캐피탈·한국전력·우리카드, 여자부 IBK기업은행·KGC인삼공사·GS칼텍스)과 V-스타팀(남자부 삼성화재·대한항공·KB손해보험·OK저축은행, 여자부 한국도로공사·현대건설·흥국생명)의 맞대결. 1~2세트는 여자부 경기가 펼쳐졌고, 양 팀이 1세트씩 나눠가졌다.
팽팽히 맞선 3세트. '올드 배구팬'들의 심금을 울릴 법한 장면이 나왔다. 신진식 감독과 최태웅 감독이 짝을 이룬 것.
성균관대를 졸업한 신진식은 1997년, 한양대를 졸업한 최태웅은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갈색폭격기' 신진식은 김세진과 함께 쌍포를 구성하며 삼성화재의 무적 시대에 앞장섰다. 이들의 뒤에는 '컴퓨터 세터' 최태웅이 있었다. 이들은 2001년 1월 7일 대한항공전을 시작으로 무려 77연승을 내달렸다.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
이들의 동침은 2007년 신진식의 은퇴와 동시에 끝났다. 최태웅은 은퇴 후 2015-2016시즌부터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았다. 최태웅 감독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이끌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올 시즌에 앞서 신진식 감독이 삼성화재 감독으로 부임하며 '영혼의 단짝'은 적이 됐다.
그러나 올스타전에서만큼은 달랐다. 3세트 K-스타가 6-5로 앞선 상황,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두 감독의 현역 시절 영상이 재생됐고 경기장은 '신진식! 최태웅!'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비록 최태웅 감독이 K-스타팀 사령탑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신진식 감독과 함께 V-스타팀 코트에 섰다.
신영석은 신진식 감독을 겨냥해 서브를 날렸다. 신진식 감독은 이를 깔끔하게 리시브해냈다. 이윽고 최태웅 감독이 토스를 깔끔하게 올렸고, 신진식 감독이 코트에 공을 밀어넣었다. 두 감독은 득점 직후 진하게 포옹했다. /ing@osen.co.kr
[사진] 의정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