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배우는 박정민이다. 신인 시절부터 될성 부른 떡잎으로 소문났던 그이지만 이준익 감독의 수작 '동주'에서 시인 송몽규 역할을 맡은 이후 평가가 달라졌다. 이젠 연기파 톱클랙스로 대우받고 있다. 그런 박정민이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순수 청년으로 2018년 새해를 열었다. 이병헌 윤여정과 함께 출연한 신작 '그것만이 내세상'이다.
이 영화는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이지 않았다. 수 백 억원 제작비를 쏟아붓지 않았다. 대통령이나 유명인들이 객석을 찾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소문 따라 관객들이 꾸준히 들고 있다. 작품이 좋고 배우들 연기가 훌륭하며 관람 후의 감동이 크기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그것만이 내세상'은 20일 하루 동안 25만9781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65만2557명을 기록했다. 같은 17일 개봉한 외화 '메이즈 러너:데스큐어'(36만6734명, 누적 94만5021명)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다. 시리즈 마니아들의 초반 쏠림에 힘입는 '메이즈 러너'보다 훨씬 강한 상승 여력을 드러내고 있다. 좌석점유율과 포탈 평점 및 입소문, 예매율의 3박자가 양호하다.
지난 연말 개봉이긴 하지만 대작 '신과함께'와 '1987'을 누른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제작비와 마케팅의 규모에서 애시당초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 '그것만이 내세상'은 영화의 외형보다 내실로 승부를 걸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그 중심에 선 배우가 바로 박정민이다. 시나리오만 보고 바로 이 작품을 택했다는 이병헌이야 두 말할 필요 없는 월드스타인데 그와 합을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관객 후기에도 박정민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자폐 2급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동생 진태 역을 맡아 그대로 변신했다. 어눌한 말투부터 끊임없이 떨리는 손가락 움직임까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박정민은 영화 개봉 전 OSEN과의 인터뷰에서 "('동주'로 각종 영화제에서)신인상을 받은 이후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촬영 할 때 대학로에서 했는데 다들 저를 못 알아보신다. 물론 일(영화 및 드라마 출연 )은 좀 많아졌지만 모든 게 그대로"라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는 신인상과 영화 ‘동주’ 덕분에 2017년을 바쁘게 소처럼 일했던 거 같다. 어느 날 집에서 ‘내가 왜 무슨 계기로 일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만 영화나 대박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아니지 않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혼자 고민을 해봤다. 근데 모르겠더라. 그래서 더 불안했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현상일 수 있다"라고 늘 고민하는 배우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것만이 내세상' 진택 역을)준비 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실제로 서번트증후군 혹은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 그들의 가족, 복지사 선생님들이 영화를 보셨을 때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 철칙이었습니다. 완벽하게 해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저는 그걸 철칙으로 해서 지키려고 노력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어렵더군요.”
진정한 연기파로 쑥쑥 성장하는 젊은 배우의 활약을 지켜보는 건 영화팬들의 즐거움이다./mcgwire@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