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효자 외인은 없다?
2018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영입이 거의 완료돼 가고 있다. NC·삼성, 두 팀이 외국인 투수가 한 자리씩 비었을 뿐 나머지 8개팀은 외인 작업을 모두 마쳤다. NC는 대만인 투수인 왕웨이청과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은 2월 스프링캠프 이후까지 기다려서라도 수준급 투수를 데려오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2018시즌 스타트 라인에서 투수 에릭 해커(35), 앤디 밴헤켄(39), 내야수 닉 에반스(32)의 자리는 없다. 갈 곳이 없어진 이들은 아직 다른 리그 이적 소식도 없다. 7년 몸담은 두산과 재계약 실패 이후 kt에 새둥지를 튼 투수 더스틴 니퍼트만이 올겨울 유일하게 재취업에 성공했다.
NC의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3년부터 5년을 함께해 온 해커는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불안한 내구성, 예민한 루틴 때문에 2016시즌을 마친 뒤에도 재계약 포기 가능성 대두됐다. 지난해 26경기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로 활약했지만 NC는 과감하게 해커를 보류선수명단에서 풀었다.
다른 팀으로 이적을 노린 해커였지만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kt가 니퍼트를 택했고, LG는 새 얼굴 타일러 윌슨을 뽑았다. 삼성마저 외인 재활용 카드를 포기함에 따라 이제는 갈 곳이 없어졌다. 지금으로선 시즌 개막 후 외인 투수가 부진한 팀의 대체 선수로 빈자리를 노릴 수밖에 없다.
밴헤켄은 지금 상태라면 은퇴가 유력하다. 지난 2012년부터 7년을 넥센에서 활약했지만, 1979년생으로 불혹을 앞둔 나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24경기 8승7패 평균자책점 3.77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6년 일본에서 실패한 터라 상위 리그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수로는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한 에반스가 재취업 길이 막혔다. 이미 10개팀 모두 외인 타자 구성을 완료했다. 그나마 LG가 가장 가능성 있는 팀이었지만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선택받았다. 지난해 138경기 타율 2할9푼6리 27홈런 90타점 OPS .862의 수준급 성적에도 외면받았다.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제한된 KBO리그 외국인선수 제도에서 고만고만한 외인은 언제든 정리 대상이다. 수년간 활약한 선수라도 예외는 없다. 검증된 자원들도 재취업이 어렵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외인 선수와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영원한 효자 외인도 없다. /waw@osen.co.kr
[사진] 해커-밴헤켄-에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