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대표를 둘러싼 법정 분쟁의 분위기가 심각하지 않다. 당장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살아있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히어로즈의 가치는 얼마일까.
이 대표는 최근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과의 법정 소송에서 궁지에 몰렸다. 이 대표는 히어로즈 창단 당시 부족한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홍 회장에게 투자를 제의, 두 차례에 걸쳐 20억 원을 받았다. 당시 조건은 20억 원에 히어로즈 지분 40%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것이 ‘지분 양도가 아닌 단순 투자’라며 지분을 양도하지 않았다.
2012년 12월 대한상사중재원이 “홍 회장에게 주식 16만4000주를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 대표는 이에 불복했고, 홍 회장 측은 계속 소송을 이어왔다. 주식 양도 소송과는 별개로 형사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최근 분위기는 홍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 대표와 히어로즈 측은 “구단이 보유한 지분이 없다”며 버티고 있으나 형사처벌 위기까지 몰린 이 대표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히어로즈의 매각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누가 매수에 관심이 있는지를 떠나, 현실적인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형사소송이 끝나기 전 구단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은 꾸준히 나온다. 2018년은 최대한의 차익 확보가 가능한 시기로 일찌감치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 대표와 넥센 구단은 이런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나 소송이 불리하게 진행된다면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홍 회장이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다 하더라도 매각 불씨는 남는다. 홍 회장 측은 애당초 야구단을 운영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의 목표 또한 주식 확보를 통한 차익 실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역시 매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인 넥센과의 계약은 올해까지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올 시즌이 끝난 뒤 히어로즈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만약 매각설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히어로즈의 가치를 놓고 큰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히어로즈는 전국구 인기구단은 아니다. 팬 베이스가 아주 두껍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서울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을 연고로 삼고 있고, 고척스카이돔이라는 매력적인 홈구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거나 최소한 중위권의 성적은 냈다. 전폭적인 전력 보강만 이뤄진다면 단번에 우승후보로 발돋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에 히어로즈 프런트가 평균 이상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다른 구단과는 달리, 히어로즈는 독자 생존을 위해 몇 년을 시간을 발로 뛰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구단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는 않으나 히어로즈는 지금도 모기업 독립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수 기업으로는 눈에 띄는 요소일 수 있다.
문제는 얼마냐는 것이다. 이 대표든, 홍 회장이든 넥센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는 작업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평가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박병호와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하고, 현금 트레이드 제의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 것은 2018년 성적, 그리고 그로 인한 구단 가치의 향상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놨다.
야구단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적정 단가를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의 태평양 인수(1995년 470억 원), SK의 쌍방울 인수(2000년 약 250억 원), KIA의 해태 인수(2001년 210억 원)는 시간이 너무 지나 적절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야구계에서는 이 대표든, 홍 회장이든 히어로즈가 1000억 원 이상의 몸값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정도 가치는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포브스코리아’가 매년 발표하는 프로야구단 가치 평가에서 히어로즈 가치는 1021억 원으로 측정됐다. 서울이라는 시장 가치가 워낙 압도적인 것과 연관이 있고, 성적도 꾸준했다. 히어로즈가 만약 매각된다면 어느 정도의 몸값을 인정받을지는 나머지 9개 구단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다만 가치 평가와 실제 매각가는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수요과 공급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현실적으로 프로야구단 인수를 시도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복수 입찰이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1000억 원 이상의 통 큰 베팅을 할 만한 기업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보다는 실제 매각가는낮을 수 있다”고 점쳤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