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가 LOL 경기에서 생각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게임시간은 30분에서 35분 사이다. 최적화된 밸런스라는 단서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70분 이상의 경기 시간은 문제가 있다라는 의견을 내부에서도 가지고 있다.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이 1주차 일정이 진에어 그린윙스와 SK텔레콤 T1전까지 해서 마무리 된 가운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일 오후 롤챔스 1주차 4일 2경기였던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스의전이 1박 2일 경기로 진행됐다. 경기 시간은 무려 94분 40초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공식전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국내기록이었던 CJ 엔투스와 진에어 그린윙스가 지난 2015년 2월 7일 벌어진 79분 51초를 훨씬 넘어섰고, 홍콩 에티듀드와 ahq e스포츠가 91분 23초를 넘기면서 세계 LOL e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완성했다.
3억제기가 공략 당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막아낸 진에어 그린윙스와 집중력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테디' 박진성의 시비르가 슈퍼 미니언들이 몰려오는 대 위기 상황에서 미니언 웨이브를 잘 정리했고, 쌍둥이 포탑이 없어지면서 패색이 짙은 가운데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 진에어 그린윙스 팀원들의 투혼이 멋진 경기였다.
하지만 불과 8경기 20세트 밖에 진행되지 않은 이번 롤챔스를 돌아보면 앞서 라이엇게임즈가 추구하는 방향과 조금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경기 시간이다. 4일간 총 8경기 20세트가 치러진 이번 시즌의 세트당 평균 경기 시간은 42분 49초다. 비단 진에어와 SK텔레콤의 3세트 경기 뿐만 아니라 앞서 열린 KT와 MVP전도 59분 58초간 접전이 벌어졌다. 30분대 초반으로 빨리 끝난 경기도 있지만 20일 경기 처럼 40분을 넘어 45분이 넘는 경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왜 이런 경기들이 나오는 것일까. 단지 공격이 서툴러서, 아니면 소위 '침대 메타'라고 불리는 수성 플레이가 능해서 일까? 이유는 바로 스노우볼이 굴러가지 않아서다.
LOL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를 쓰러뜨려서 오브젝트를 취할 시간을 만들거나 오브젝트로 취한 버프를 바탕으로 상대 챔피언들을 제압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 2018시즌은 기존의 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오고 있다.
챔피언들의 전투 지속력이 이전 시즌과 확연히 달라졌다. 94분 40초간의 장기전을 승리한 한상용 진에어 감독은 "패치로 인해 변화가 있겠지만 메타 자체가 수비에 좋은 메타로 변경됐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한 감독은 "지난해 KeSPA컵을 기준으로 공격에 능한 팀은 KT와 킹존이었다. 우리 역시 지난 KeSPA컵에서는 빠른 전투와 오브젝트 공략을 통해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려나갔다. 그러나 현재 메타에서는 그럴 여지가 적어졌다. 불리한 팀도 침착하게 자리를 지켜나가면 경기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면서 "현 메타에서 가장 강한 팀은 KSV"라는 말로 최근 공식전 메타의 흐름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한 감독의 말을 이현우 해설은 룬의 영향이라는 말로 덧붙였다. 이현우 해설은 "상체에서 변수를 만들어서 경기를 풀어나가지 않으면 경기 양상이 길어지게 됐다"며 "결의와 영감에서 내구력과 생존력이 놀랍도록 높아졌다"고 보충했습니다.
이현우 해설의 말대로 결의는 탱커들의 메인룬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구력 및 군중제어의 룬으로 탱킹력을 극대화해 전투 내구력에 치중했다. 영감은 생존력 아이템 확보나 체력 보완이 가능하게 해 생존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한 타 구도에서 휩쓸려 들어가지 않으면 살아날 확률이 높아진 이유도 이에 해당된다.
한상용 감독은 "장기전이 한 두 경기 나오는 건 팬 여러분들께서 좋아하실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패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최근 각 팀들이 보여준 경기 패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