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에는 영화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이 충무로의 새로운 발견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영화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과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그 뒤를 잇는 기대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세 감독 모두 신인인데,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을 내놓고 그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고 화제작으로 등극했다는 점에서 평행이론처럼 비슷한 궤적을 걷게 됐다. 이에 차기작이 기대되는 세 명의 감독들의 면면을 조명해 봤다.(이름 가나다순)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강윤성 감독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 알리기까지 17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뎠다. 생활고는 물론 심적인 부담으로 인해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겠지만 그가 영화라는 한 우물만 팔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촬영장을 향한 애정과 배우들에 대한 애착 덕분이었다.
젊은 시절 연기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2000년 개봉한 영화 ‘마이 티어’, ‘유아독존’(2002), ‘영어 완전 정복’(2003)에 단역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 독립영화 ‘신중현의 라스트 콘서트’를 연출한 후 10년 만인 지난해 ‘범죄도시’를 극장에 내걸 수 있게 됐다. 687만 9844명(영진위 제공·이하 동일)이라는 관객수는 4년 동안 배우 마동석과 시나리오를 가다듬으며 합심해온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관객들의 호평을 얻은 그는 신인 감독상을 휩쓸며 올해의 신인감독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강윤성 감독은 버드나무숲의 웹툰 ‘롱 리브 더 킹’을 원작으로 한 차기 영화를 준비 중이다. 한 조직의 보스가 정치인이 돼 나라를 바꾼다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은 565만 3270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개봉한 국내외 영화들 가운데 7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손익분기점인 200만 명을 2배 이상 뛰어넘으며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동시기 개봉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와 쌍끌이 흥행하며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됐다.
김주환 감독은 투자 배급사 쇼박스에서 홍보-투자팀을 오가며 ‘헬로’ ‘굿바이 마이 스마일’ ‘코알라’ ‘안내견’ 등의 각본 연출을 맡아왔다. 특히 ‘안내견’은 칸국제영화제 단편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일찍이 감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쇼박스에서 퇴사하고 ‘청년경찰’의 각본 및 촬영에 매진해 2017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청년경찰’에 이어 다시 한 번 직접 쓴 각본으로 차기작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코미디 등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장르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보안관’ 김형주 감독
김형주 감독은 영화제작 현장의 연출부로 일하다 지난해 영화 ‘보안관’의 각본, 연출을 맡으며 첫 상업 장편영화로 데뷔했다. ‘군도’(감독 윤종빈)의 조감독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배우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임현성에게 흔쾌히 출연 약속을 받았고 그들이 가졌던 기존의 이미지를 뒤흔든 코믹한 매력을 꺼내 남녀노소를 막론한 전 세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20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었던 ‘보안관’은 258만 8628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는데, 사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인 데다 마약사범으로 오해한다는 내용이 이렇게까지 많은 관객들에게 재미를 안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각한 내용의 느와르 장르가 아닌 동네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컬 수사 코미디 장르가 통한 것이다.
김형주 감독은 자신의 차기작에 대해 ‘보안관’과는 다른 영화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어떤 장르이든 현재 보다 한층 발전된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인데, 무엇보다 동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를 제대로 담고 싶다고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