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없어요"
한동안 방송계에 떠돌던 이야기다. 영향력, 비주얼, 연기력을 갖춘 20대 남자 배우들이 군대 문제로 얽혀 있어서 캐스팅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수현, 주원, 임시완, 이준, 강하늘, 지창욱, 옥택연 등 스타 파워를 갖춘 남자 배우들은 현재 군복무 중이다.
그 때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 달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캐릭터에 따라 연기력이 입증된 기성 배우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해결방안이었다. 이를 완벽하게 해낸 이가 바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다.
신원호 PD는 2012년 '응답하라 1997'부터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에 18일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4연타 히트 홈런을 날렸다. 탄탄한 대본에 완벽한 연출력이 한몫했고 무엇보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향연이 시청자들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신원호 PD의 작품엔 A급 스타가 없다는 게 공통점이다. 서인국과 정은지도 '응답하라 1997' 시작 때엔 가수 출신 신인배우였고 정우, 유연석, 김성균,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이동휘, 고경표, 류혜영 등도 '응답' 시리즈가 탄생시킨 스타들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역시 시작 전부터 뜻밖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연극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드라마 조연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박해수를 전격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 하지만 시청자들은 신원호 PD의 안목을 믿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가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낼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 결과 신원호 PD는 박해수 외에 이규형, 박호산, 정민성 등 무대를 주름잡던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캐냈다. 최무성, 성동일, 정웅인 등 기성배우들의 활용도도 만점이었다.
이쯤 되니 신원호 PD의 안목을 방송계 모두와 공유하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신원호 PD는 캐스팅 디렉터가 추려놓은 프로필에서 배우들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직접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을 남긴 이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미팅 때엔 대본 소화력도 눈 여겨 보지만 그가 어떤 배우인지, 어떤 사람인지 대화를 많이 나눈다. 신원호 PD 작품들이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이유도 여기 있다. 배우들이 연기한다기보다 실제 그 캐릭터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
벌써부터 신원호 사단의 차기작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풀어낼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그가 어떤 무명 혹은 신인배우들을 발굴해낼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