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희가 주연을 맡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풀잎들’이 제6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섹션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다. 이번에는 수상 가능성이 없는 비경쟁 부문이긴 하지만, 2년 연속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입지를 굳힌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홍 감독과 그의 연인이자 페르소나 김민희가 다섯 번째로 합심한 ‘풀잎들’을 놓고 벌써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테레히테는 “’풀잎들’은 홍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단 한 음절도 바꾸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처럼 그 자체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신랄함, 신중한 아름다움, 관대함, 인간미를 사랑한다”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홍상수 감독이 국내 개봉 전까지 작품에 대한 줄거리를 밝히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줄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전언이다.
아침마다 그 날의 날씨와 감정 상태를 반영해 대본을 써내가는 홍 감독의 22번째 장편영화 ‘풀잎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밤의 해변에서’의 대사를 빌리자면, “아무것도 안 해도 예쁜” 김민희가 신작에서는 어떤 캐릭터로 얼마나 노련해진 연기를 보여줄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연인인 두 사람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시작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 ‘그 후’ 등 네 편의 작품을 만들며 견고한 관계를 자신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던 김민희는 지난해 열린 67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충무로를 넘어 국제적으로 입지를 굳힌 대표적인 사례라고 꼽을 수 있다.
홍상수를 만난 김민희가 불륜이라는 오명을 쓰긴 했어도 배우로서 한 계단 올라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촬영하며 연인으로 발전한 홍상수와 김민희는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든 연인이다. 두 사람을 잇는 연결 고리는 분명 영화이다.
또 홍 감독의 20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와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는 70회 칸 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그 후’는 경쟁 섹션에 각각 진출한 것.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함께한 네 작품 모두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유수의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았기에 다섯 번째 작품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영화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들의 영화가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캐릭터들이 표현하는 다양한 감정이 사실적이고 독창적이어서 마치 현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 지질한 남자의 평범한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도 훌륭하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