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우정 정보훈 극본, 신원호 연출)에서는 많은 배우들이 두드러졌지만 특히 기성배우의 활용 면에서도 빛을 발했다. 정웅인과 정경호가 대표적. '이 작품하길참 잘했다'란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다.
정웅인은 극 중 팽부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팽부장이 가족과 직장동료 모두에게 인정받아 따스한 해피엔딩을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처음에는 악역인 줄 알았지만 선인으로 반전을 안겼던 팽부장은 따뜻한 마음씨로 방송 내내 감동을 선사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얼굴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정웅인은 이 캐릭터를 찰떡처럼 연기해냈다.
진정한 교도관으로서, 수용자들이 지은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게 한 팽부장.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는 그는 마지막 방송에서조차 막말 수용자와 시비가 붙었다. 이에 '교도관 일 더 해보고 얘기하세요~ 이 일이 바른말 고운 말만 나올 수 있나' 주의자 팽부장은 자신을 한심하게 보던 준호(정경호 분)와 대립했다.
그러나 늘 대립각이었던 이들 사이에도 접점이 발견됐다. 준호가 수용자에게 주먹을 휘두른 팽부장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것. 다른 건 참아도 가족 모독까지는 참을 수 없던 준호는, 팽부장의 아내와 딸을 모욕한 막말 수용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어 막말 수용자의 말은 잊으라며 팽부장의 귀를 씻어주던 준호에게 팽부장은 손하트를 만들어 날리기도.
여기에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드러나지 않은 팽부장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해 팽부장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쟁쟁한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도관 직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떳떳하게 딸의 학교 일일명예교사로 참석할 수 없었던 팽부장.
그러나 아내와 딸의 부탁을 한사코 거절하던 그는, 방송 말미 제혁(박해수 분)의 진심 어린 인터뷰를 통해 자랑스럽게 딸의 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출소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혁이 "가장 고마우신 분. 제가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 주신 팽세윤 교사님. 팽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 팽부장님 덕분입니다"라며 그간의 고마움을 전한 덕분이다.
이를 보고 울컥하며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낀 팽부장은 딸의 학교 일일명예교사로도 당당히 참석하며 딸을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팽부장은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경호는 주연급임에도 이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해 처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다. '과연 그가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란 의구심은 첫 방송에서부터 풀렸다. 분량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열정. 그의 존재감은 극에 무게를 더했다.
정경호는 극 중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의 절친이자 그를 감방에서 다시 만난 교도관 이준호를 연기했다. 과거 유망주였지만 야구를 포기한 아픔이 있고 그 만큼 제혁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그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여러 상황에서 그려지는 섬세한 감정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정경호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란 드라마는 필모그래피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닐 터.
신원호 PD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경호에 대해 "본인은 두 번째도 괜찮고 3번째, 4번째도 좋다더라. 그 긍정적인 열기에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보여준 슬기로운 배우의 활용법이기도 하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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