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표팀의 에이스급 투수로도 이름을 날렸던 손민한(43) NC 코치의 경력은 이가 빠져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군 기록이 없다.
시련의 시기였다. 부상으로 공을 던지지 못한 시기가 길어졌고, 결국 2011년을 끝으로 정들었던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선수협 문제까지 불거져 2012년 1년은 소속팀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2013년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아 신생팀인 NC에 입단했다. 끝내 건재를 과시한 손민한은 2015년에는 11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손민한은 NC에서 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20승을 거뒀다. 신생팀의 한계상 전력이 좋을 수 없었던 NC 마운드에서 나름대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2015년을 끝으로 명예롭게 은퇴했고, 지금은 NC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프로야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겨울의 손민한을 기억한다면, 상황이 이렇게 잘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제2의 손민한’을 노리는 또 하나의 베테랑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정성훈(38)이 그 주인공이다. LG의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정성훈은 18일 KIA와 연봉 1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거의 두 달 동안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던 정성훈은 고향팀이자 친정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노린다. 공교롭게도 정성훈의 올해 나이는 손민한이 NC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와 같다.
이제 양준혁을 넘어 KBO 리그 역대 최다 경기 출장이 확실시되는 정성훈은 큰 기대를 모은다. 물론 수비 등 전체적인 기량이 전성기보다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15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 6홈런, 30타점을 기록하며 후배들 못지않은 방망이를 뽐냈다.
사실 베테랑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위험부담이 따른다. 기본적으로 기량이 언제 쇠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다, 나이 많은 선수 하나가 더 앉을 벤치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당장의 1년을 보다 육성이 막혀 2~3년 뒤에 문제가 생기는 최악의 경우까지 두루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담에도 KIA가 정성훈을 영입한 것은 그만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성훈은 지난해에도 LG의 세대교체 흐름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KIA로서는 이 부분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출전시간이 들쭉날쭉하면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성훈은 팀이 필요할 때 나가 효율적인 타격을 펼쳤다. KIA도 정성훈을 주전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안성맞춤이다. 리그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훌쩍 넘어가는 현실에서 연봉 부담도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다.
특별한 FA 계약이 없는 이상, 30대 중반 이후의 모든 베테랑 선수들은 1년 단위 성적으로 생존이 결정된다. 정성훈의 도전은 2018년이 끝일 수도 있지만, 가치를 증명한다면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당시 NC와 지금 KIA의 사정이 같을 수는 없겠으나 손민한이 그랬다. 현역 연장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정성훈이 베테랑의 존재 가치를 되새기게 할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