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분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롯린이(어린 롯데 팬)’이었던 소년이 이제는 당당하게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에 오를 그 순간을 꿈꾸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투수 이승헌(20)이 맞이할 데뷔 첫 시즌은 설렘이 가득하다.
이승헌은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고등학교 시절 1년 유급 때문에 연고지인 NC의 1차 지명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2차 지명에서 유력한 1라운드 후보였다. 예상대로 1라운드에서 그의 이름이 불렸다. 상위 순번이라는 것에 더해 그동안 상상만 했던 롯데 유니폼까지 입게 됐다.
연고지는 마산이었지만, 그는 오랜 롯데 팬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롯데에 지명됐고, 앞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누빈다는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는 “어릴 적 꿈을 이룬 것 같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면서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이 감회가 새롭고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고 거인군단의 일원이 된 순간을 설명했다.
용마고에서 함께 배터리를 이뤘고 1년 먼저 롯데에 지명된 나종덕과의 인연도 이승헌에게는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그는 “지명을 받고 (나)종덕이가 ‘축하 한다’고 연락이 왔다. 종덕이와 이제 사직구장 앞에서 같이 배터리를 이루면 기대가 되고 좋을 것 같다”며 “‘이제는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운동만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는 조언도 해줬다”며 나종덕과의 재회한 소감을 전했다.
현재 이승헌은 롯데의 신인 선수들과 함께 동의과학대에서 훈련 중이다. 프로 선수로 거듭나고 그에 걸 맞는 몸 상태를 만들고 있다. 이승헌은 “고등학교 때 골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골반 교정과 마사지를 받으면서 치료를 하고 있다. 또 밸런스를 잡는데 주력 하고 있다. 도움이 되고 있고, 코어와 복근 힘도 많이 길렀다”고 말했다.
이승헌은 195cm의 키에서 내리꽂는 타점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40km 후반대의 빠른공이 더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최적의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공을 놓는 타점이 높은 것이 내 장점이다”고 스스로도 말하고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선 이후이기에 어깨와 팔꿈치 상태 모두 좋다. 그는 “어깨와 팔꿈치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중학교때까지는 유격수를 계속 봤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들어오면서 투수로 전향을 생각했고, 또 중학교 때까지는 174~5cm 정도의 키 였는데 고등학교 들어오고 체격이 커졌다. 거의 20cm가까이 자랐다”면서 현재의 당당한 체격을 갖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체구만큼 마운드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이승헌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마운드에서 위풍당당한 투구를 펼치는 마무리 손승락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이승헌은 “손승락 선배님이 마운드에 계실 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 멋있다”면서 “앞으로 같이 있는 시간이 생기면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고 싶다. 공을 순간 어떻게 낚아채고, 커터 같은 빠른 변화구를 어떻게 던지는 지 궁금하다”며 손승락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빠른공과 슬라이더 외에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변화구도 추가해야 하고, 밸런스 교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보완점을 말한 이승헌이다. 그러나 ‘성공한 롯린이’의 포부는 원대하다. 김민(kt), 곽빈(두산), 양창섭(삼성), 김영준(LG) 등 함께 지명된 특급 유망주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고, 롱런해서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이승헌은 “함께 지명된 친구들을 이겨보고 싶다. 신인왕도 타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롯데 선수로서 인성이면 인성, 실력이면 실력을 모두 갖춰 팬 분들이 오랫동안 제 이름을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목표다”고 당차게 포부를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