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컴백이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팀 5연패를 온몸으로 저지했다.
서울 삼성은 18일 안양 실내체육관서 열린 안양 KGC와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4라운드 맞대결을 96-92로 승리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4연패 사슬을 끊으며 시즌 15승(20패) 쨰를 기록했다. 6위 인천 전자랜드를 4경기 차 추격.
승리의 주역은 '더블더블의 사나이' 라틀리프였다. 라틀리프는 27분9초를 누비며 25득점-16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56경기 연속 더블더블. 직전 경기보다 7분 여를 더 뛰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라틀리프 포함 5명이 두 자릿수 득점하는 기염이었다. 문태영도 3점슛 3개 포함 21득점-7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마커스 커밍스도 18득점, 이관희도 15득점을 올렸다.
이날 전 양 팀 감독의 화두는 단연 라틀리프였다. 삼성의 주포이자 간판 라틀리프는 지난달 5일 오리온전서 왼 치골염 부상을 당했다. 부상 전까지 19경기서 평균 37분14초를 뛰며 24.6득점, 15.0리바운드로 펄펄 날던 상황. 삼성으로서는 비상이 걸렸던 셈이다. 라틀리프는 당초 3주 진단을 받았으나, 복귀가 더뎌졌다.
결국 라틀리프는 후반기 첫 경기인 16일 서울 SK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틀리프는 11득점-11리바운드로 55경기 연속 더블더블 행진을 이어갔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어느 정도 제 역할을 다한 것. 그러나 삼성의 90-97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부상 부위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라며 "조금씩 경기 시간을 늘릴 생각이다"고 밝혔다. 여유를 부리거나, 선수를 아낄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 이 감독은 "매 경기가 중요하다. 한 경기 패할 때마다 6강이 멀어진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힘들다"라며 "라틀리프도 SK전 이후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으니 시간을 늘려도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적장' 김승기 KGC 감독은 염려가 앞섰다. 김 감독은 "라틀리프한테 골밑에서 밀린 적이 많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아직 컨디션이 떨어져 있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김 감독은 "결국 사이먼이 매치업에서 이겨줘야 한다. 정통 센터로 뽑은 외인 중에는 아무래도 라틀리프와 사이먼이 돋보인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기려고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선발에서 빠졌던 라틀리프는 1쿼터 2분56초를 남겨두고 투입됐다. 자유투 한 개를 성공시키는 데 그쳤지만, 리바운드 3개를 따내며 경기 감각을 조율했다. 라틀리프는 2쿼터를 모두 소화하며 12득점 4리바운드을 기록했다. 사이먼과 매치업에서 이전만큼의 위용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버텨줬다. 라틀리프가 버텨준 덕에 삼성은 마커스 커밍스를 아낄 수 있었다.
라틀리프의 진가는 3쿼터에 나왔다. 삼성이 49-44로 앞선 7분35초 전, 라틀리프가 오세근 상대로 스틸을 성공했고 이관희가 이를 3점슛으로 연결시키며 리드를 훌쩍 벌렸다. 이어 52-49로 앞선 상황에서는 라틀리프의 골밑슛이 세 번 연속 터져나왔다. 58-49.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면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안양=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