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왜 명문팀인지 말 보다는 경기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시즌 개막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개막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고, 1승은 그 숫자를 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즌 판도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LOL 프로게임단 중 가장 많은 우승 커리어를 가진 SK텔레콤의 새로운 선장 김정균 감독은 팀 개막전에 앞서 한 문장으로 시즌에 돌입하는 각오를 전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SK텔레콤의 저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상암 e스포츠 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락스와 팀 개막전부터 드러났다. 서포터 '울프' 이재완을 정글러로 투입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2세트 락스에게 끌려다니며 동점을 허용한 긴박한 상황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승부수와 용병술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시즌 전체를 예상해도 지난 17일 경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반전의 명승부였다.
▲ 만 17세 신예 '에포트' 이상호 선발 기용
과연 승부사답게 감독 데뷔전부터 선택이 남달랐다. 사실 '울프' 이재완은 단일팀으로 리그에 나섰던 2015시즌부터 SK텔레콤의 간판 서포터였다. '뱅' 배준식과 긴 시간 호흡을 맞췄던 그를 시즌 개막전에서 뺀 다는건 얼핏 생각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선택은 만 17세의 신예 '에포트' 이상호였다. 지난해 KeSPA컵 부터 모습을 보인 이상호는 김정균 감독이 공들여 육성하고 있는 선수. 시즌 전부터 김 감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경험이 충분해지면 리그 정상급의 선수로 발돋움 수 할 수 있다"며 이상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세트 이상호는 탐켄치로 '뱅' 배준식의 이즈리얼을 보호하면서 제 몫을 해줬다. 큰 무대 경험이 적은 이상호에게는 LCK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한 의미있는 승리였다.
▲ '울프 정글 기용' 놀라운 발상의 전환.
초반 전 라인이 무너지면서 끌려가던 2세트는 중반 '페이커' 이상혁의 슈퍼플레이가 돋보였지만 아쉬운 한 판이었다. 김정균 감독 역시 "2세트 패배로 개막전 승리를 기뻐할 수 만 없다"면서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사실 2세트 패배 후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수 교체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울프' 이재완의 서포터 투입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블랭크' 강선구가 빠지는 장면은 의외였다. 갑자기 지난 시즌까지 서포터로 활약했던 '울프' 이재완이 '운타라' 박의진의 옆에서 장비를 풀자 관중들 조차 술렁대기 시작했다.
시야 장악 측면에서 서포터와 정글은 유사성이 있지만 의외의 기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김정균 감독은 '울프' 이재완에게 정글러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이날 경기의 백미는 단연 3세트였다.
이재완은 초반 로밍 단계에서 실수로 퍼스트블러드를 내줬지만 이후 세주아니로 준수한 정글러의 기량을 보여줬다. 3킬 1데스 9어시스트로 2세트 '블랭크' 강선구를 완벽하게 봉쇄했던 '성환' 윤성환의 자르반4세를 3데스 2어시스트로 봉인해버렸다. 발상의 전환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김정균 감독은 "2018시즌 전력을 구상할 때부터 생각했던 점이었다. KeSPA컵을 치르고 시즌을 준비하면서 '울프' 이재완에게 정글러의 가능성을 엿봤고, 권유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재완이 정글러로만 나서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서포터 출전이 가능하다"며 이재완이 앞으로 스윙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 처럼 한 해 농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개막전서 김정균 감독이 보여준 놀라운 용병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