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 고맙습니다".
FA 김주찬이 KIA와 재계약에 성공하자 절친 이범호가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16일 KIA 구단이 김주찬의 재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하자 이범호는 조계현 단장에게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최고참(선수)의 자존심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주찬은 계약 기간 2+1년, 계약금 15억원, 연봉 4억원 등 총 2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만 37살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에 사인했다. 최근 베테랑 FA 선수들이 재계약에 어려움을 받고 있는 분위기에서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성적도 좋았고 우승 프리미엄도 작용했다.
이범호가 감사 문자를 보낸 것은 그만큼 구단이 대우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범호가 이렇게 나설 정도로 두 선수는 동갑내기(37살) 절친이다. 이범호가 2011년, 김주찬이 2013년 KIA에 입단하면서 한솥밥을 먹었다. 올해도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들이다.
나란히 주장 완장도 주고 받았다. 이범호가 2014~2016년 주장을 지냈고 김주찬이 작년 완장을 물려 맡았다. 작년에는 전임 이범호가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며 함께 팀을 이끌었다. 나란히 데뷔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도 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시간도 처음으로 맛보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나란히 제몫을 했다. 김주찬은 3득점, 이범호는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함께 기뻐했던 영광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절친 김주찬이 장기간에 걸쳐 재계약 줄다리기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범호가 마음 고생을 했다.
게다가 FA 시장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홀대를 받고 있는 분위기도 있었다. 계약이 늦어지면 절친에게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8일 체력 테스트를 앞두고 김주찬이 구단 제시안에 도장을 찍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두 절친은 타이거즈맨으로 은퇴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