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과연 MBC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최승호 MBC 사장은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17일 오후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는 허일후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최승호 MBC 사장의 신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새 사장이 임명될 때마다 기자간담회가 의무는 아니지만, MBC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최승호 사장이 취재진 앞에 직접 나섰다.
먼저 프로그램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예능 시즌제와 일일극 폐지다. 새 예능을 비롯해 기존 예능에도 시즌제를 도입할 예정이고, '전생에 웬수들' 이후 저녁 시간대 일일극은 폐지된다. 그 인력을 16부작 미니시리즈에 투입해, 양질의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시사교양본부, 보도본부 등을 재정비하고, 대표적인 시사 방송 'PD 수첩'을 복원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신개념 토크쇼와 주진우, 배우 김의성이 진행을 맡은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승호 사장은 "올해 MBC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투자를 135억 원으로 증액했다. 전체 제작비의 7%가 증액됐다"고 밝혔다.
이어 "매체 환경 변화로 방송 광고는 점점 줄어들고, 방송 제작에 들어가는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올해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있는데, 중계권 료가 기절할 정도로 많다. 평창올림픽만 해도 119억 원이다. 러시아 월드컵은 중계권 료가 487억 원이다. 총 600억 원 정도다. 무조건 적자가 나겠지만,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사장은 어쩔 수 없는 초반 적자를 감수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는 "꾸준히 해나가면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점점 좋아질 것 같다.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최승호 사장은 최근 발생한 MBC 뉴스 인터뷰 논란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앞서 뉴스에 등장한 시민이 알고보니 취재진의 지인이거나, MBC 내부자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최승호 사장은 "MBC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겨,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를 했다. 오늘 기자간담회 직전, 중간 조사 결과를 들었는데 인터뷰 내용을 몰아가기 위한 의도성은 없고, 취재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앞으로 꾸준히 내부에 용인되기 힘든 취재 관행을 체크하겠다. 반드시 고쳐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MBC를 대표하는 최승호 사장이 "신뢰를 되찾겠다"며 큰 변화을 위한 '빅픽처'를 구상한 가운데, 올해 MBC가 국민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줄지 주목된다./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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