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김상경이 이렇게까지 털털하고 솔직한지 미처 몰랐다. 카페에서 만나 딱 5분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가 금세 ‘아주머니’ 모드로 돌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꽤나 믿음직하고 호감 있는 배우로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김상경은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1급기밀’(감독 홍기선)을 위한 언론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물론 작품의 출연 계기 및 촬영장 분위기 등을 골고루 전해줬는데, 그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이나 정치적인 견해까지 낱낱이 밝혀 잘 웃지 않는 기자들에게도 적잖은 웃음을 선사했다.
이달 24일 개봉하는 ‘1급기밀’(감독 홍기선)은 김상경의 영화 ‘살인의뢰’(2015) 이후 3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가 호감을 높인 이유는 무엇보다 가식적인 면모가 전혀 없다는 거다. 이미지를 관리를 위해 앞뒤 재지 않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전했다. 이런 사람에게 호감을 갖지 않을 이는 없을 터다.
착한 얼굴로 주저리주저리 쉴 새 없이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멘트를 날리며 달변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자주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은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는 “한 시간동안 떠들었는데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영화의 홍보를 위해 최근 tvN 예능 ‘인생술집’의 녹화에 참여했다는 김상경은 “영화 때문에 ‘인생술집’에 출연했다”며 “(신)동엽 형이 정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걱정된다. 녹화 때는 물론이고 끝나고 나서도 마시더라”고 말했다.
김상경이 앞서 tvN 예능 ‘촉촉한 오빠들’ 및 KBS2 시사교양 ‘공소시효’ MC를 맡기도 했던 것처럼 드라마, 영화 말고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할 능력이 충분해보였다.
그러나 “‘공소시효’를 했었는데 제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 제가 사건과 관련된 기사나 자료를 집착하면서 다 찾아보는 스타일이라, 매 녹화 때마다 집중해서 사건을 공부하다보니 연기를 못하겠더라”고 출연을 자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제가 평소엔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전체를 다 보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예능을)10분씩은 꼭 본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웃기는 구나’라든지 ‘앞으로 절대 아재 개그 하지 말아야지’라고 주의사항을 파악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1998년 MBC 드라마 ‘애드버킷’으로 데뷔한 김상경은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서 늘 아쉬움이 남아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맨날 아쉽다. 아마도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 그만두게 될 거 같다. 저는 다 인생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생활의 발견’으로 첫 단추를 잘 끼웠고, ‘살인의 추억’으로도 두 번째 단추도 잘 끼운 거 같다. ‘살인의 추억’도 좋았다. 감독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전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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