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서글서글한 인상과 외모를 가진 김상경은 그 어떤 작품 속 캐릭터도 자신의 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하며 보는 이들에게 신뢰감을 안겨준다. 이미 검증을 받았음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로서 연기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경이라는 배우를 대중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영화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이다. 연쇄 살인범을 잡고 싶은 형사로 분해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집념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추격하는 모습이 여전히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상경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모든 작품이 다 대표작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애칭을 얻으며 영화배우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이후 ‘하하하’ ‘극장전’에 출연하며 입지를 굳혔다.
“사실 저는 아직까지 제 연기에 만족을 못한다. 그래서 계속 연기를 하는 게 아닌가싶다. 아마도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 (연기를)그만두게 될 거 같다. 모니터를 잘 안하는 편인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먼저 든다. 저야 모든 작품이 다 인생작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의 발견’으로 첫 단추를, ‘살인의 추억’으로 두 번째 단추도 잘 끼운 거 같다(웃음).”
이어 “홍상수 감독님과 칸 국제영화제에 갔었고, 500만 넘는 영화도 몇 개 나왔다. 그래서 관객들이 저를 좋게 평가를 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 (감독님들에게)감사한 마음이다. 인생작이라는 건 제가 아니라 남들이 평가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김상경은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니냐’는 질문에 “난 홍상수 감독님의 옛날 페르소나다(웃음). 옛날에 홍 감독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 제가 ‘나랑 안 찍으니까 (칸에)못 가는 거다. 다른 배우랑 찍어서 못 가는 거다’라고 했었다(웃음). 요즘엔 감독님이 칸에 자주 가시더라. 감독님도 당시 제게 ‘김상경 배우와 가장 잘 맞는 거 같다’라고 얘기 하셨었다. 저 같은 경우도 홍 감독님과 진짜 잘 맞았다. ‘네가 그냥 사물이 되는 거야’라고 어렵게 설명을 해도 잘 알아들었다”고 회상했다.
김상경은 또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걸출한 성적을 냈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서는 실제 성격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줬다. 완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그런 그가 영화 ‘1급기밀’을 통해 다시 한 번 필모그래피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으로 분해 사건을 은폐하는 윗선의 지켜보며 감정의 극한까지 치닫고 점차 변해가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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